"예탁·결제 동맹 맺자" 러시아 제안에…브릭스 '시큰둥'

사진=REUTERS
러시아가 글로벌 연합체인 브릭스(BRICS) 국가들을 위한 통합 예탁·결제 시스템을 제안했다. 서방 주도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항하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릭스 국가들은 서방과의 관계를 의식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클리어(BRICS Clear)라는 이름의 통합 예탁 시스템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등 서방 중심의 예탁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고, 브릭스 국가 간 증권 거래가 끊김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에 처음으로 9개 회원국으로 확장된 브릭스 정상 회담을 주최했다. 당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뤄진 브릭스에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가 합류하면서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의 확장이 다극화 세계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의 글로벌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브릭스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통합 예탁 결제 시스템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전 고위 관료 올레그 뷰긴은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이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브릭스 회원국들은 브릭스클리어에 참여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 대부분은 서방 세계와 훌륭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들은 (브릭스클리어 참여로) 서방과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대체 금융 구조를 개발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부과한 전례 없는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은 SWIFT 결제 시스템에서 차단됐고, 국제 예탁소에 있던 러시아 계좌들은 동결됐다. 유로클리어에만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을 포함해 약 1730억 유로에 달하는 러시아 자산이 묶여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 기업들은 중국, 인도, 터키 등 우호국과의 수출입을 위한 국가 간 결제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릭스 회원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오는 12월에 통합 결제 시스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브릭스클리어가 성사되면 브릭스 회원국 간 교역 규모를 현재 5%에서 7%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