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포장마차 우동집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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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남무성의 재즈와 커피 한잔집에서 멀지 않은 마을에 옛날식 즉석우동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2차선 도로변에서 혼자만 덩그러니 우동을 팔고 있는 집이다.
삼성리 우동집의 블루스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 - I Need Some Money
삐거덕거리는 쪽문을 열고 들어서면 수동식 기계로 면을 뽑는 소리가 끽, 끽 들리고 가마솥에서는 육수 냄새가 모락모락 김을 피운다. 밀가루 면에 멸치 국물을 붓고 유부와 쑥갓을 얹어주는 정도지만 요즘은 보기 힘든 집이라 일부러 자주 찾는다. 노란 단무지와 함께 먹으면 달달하고 쫄깃한 식감이 추억 돋는 맛이다.지난 여름, 더위를 피해 밤 산책을 나서게 되면서 이 우동집을 알게 되었다. 낮이 었다면 아마도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시골길에 종종 볼 수 있는 농막인데다 입간판도 없고 실제 장사를 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몹시 낡았다.
그런데 사방 캄캄한 밤중에는 전구를 밝혀놓아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이 너무나 고독해 보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다. 한적한 길이라 손님도 많지 않다. 혼자 우동을 먹을 때도 있고 어디서들 왔는지 서너 명이 앉아있을 때도 있다. 들어보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삼성리 우동집’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금 구경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에 결재기능이 있어 지갑도 안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몹시 궁금하다. 우동집은 왜 계좌이체까지 받지 않는 걸까? 얼마 전에 나도 친구들과 갔다가 현금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고 사정사정해서 어렵게 계좌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이체 내역을 보여드렸지만 이렇게 하면 입금한 게 맞는지 재차 물어본다. 우동 맛도, 계산방식도 진심 옛날 그대로인 포장마차다.
P.S. 오래된 블루스 노래 중에 ‘I Need Some Money(존 리 후커)’라는 게 있다. 기타를 퉁기면서 투덜투덜 넋두리를 풀어내는 심상이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삼성리 우동집에 어울릴 만하다.
[추천 음악] ▶ John Lee Hooker - I Need Some Money
남무성 재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