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청산…'군살' 빼는 롯데케미칼

말레이 합성고무 자회사 정리
18개 달했던 해외법인 14개로

이훈기 대표 '자산 경량화' 가속
스페셜티 사업 투자 재원 마련
국내 2위 석유화학 기업 롯데케미칼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인 롯데우베합성고무(LUSR)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사업을 과감히 도려내는 결정이다. 2022년 18개이던 해외 생산법인을 14개로 줄이기로 하는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에 청산하기로 한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은 롯데케미칼과 일본 우베엘라스토마가 절반씩 투자한 합작법인이다. 2015년부터 상업 생산(연 5만t)을 시작했다. 그러나 2021년을 제외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내리 적자를 내면서 청산 목록에 포함됐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고철값만 남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청산을 결정한 건 과감한 선택”이라며 “성장 한계가 뚜렷한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롯데케미칼은 최근 해외 생산법인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해외 생산법인은 2022년 18개에서 올해 16개로 줄었다. 이날 청산 계획을 밝힌 LUSR과 매각을 진행 중인 파키스탄 법인까지 포함하면 14개로 감소한다. 지난해엔 중국 기업과 합작한 롯데삼강케미칼, 롯데케미칼자싱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4일 미국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 지분을 매각해 1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케미칼은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 부담을 낮추고, 신사업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기초화학 비중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60%에 달한다. 중국의 석유화학 물량 공세에 더 취약한 이유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롯데케미칼은 이훈기 총괄 대표가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자산 경량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 대표가 상반기 내내 국내외 사업장을 고루 돌아본 것도 비(非)핵심사업을 분류하기 위해서다. 그는 임원 회의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자산은 과감히 처분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앞으로 비효율 자산을 더 정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신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중국 기업과 격차가 있는 사업에는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의료기기 등에 두루 쓰이는 고부가가치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콤파운딩 등이 롯데가 낙점한 스페셜티 제품이다.

김형규/오현우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