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환율 변화 속도 너무 빠르면 개입…美, 제2 플라자합의 추진 가능성 낮다"
입력
수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특파원 간담회에서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변동속도)을 완화하는 쪽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번 FOMC(통화정책결정 회의) 이후 달러가 강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재정적자가 계속 커질 것이고 미국 이자율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며 인플레이션도 오래 갈 수 있어서 통화정책에서 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내달 6~7일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있더라도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이 총재는 "현재 모든 화폐가 (달러 대비) 절하가 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개입을 해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작을 수 있고 또 같이 움직일 때는 특별히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입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환율의 '수준'보다는 환율이 변하는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시장 참가자가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나서 너무 빠르게 올라가면 트레이더가 마진콜을 막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등 시장에 파급 효과가 크다"며 "환율 변동 속도를 조절하면 트레이더 관점에서는 다음 번 계약에서 계약 내용을 조정해서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시장이 보다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대응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한은이 환율절상(원화가치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중동사태로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졌을 때 엔화가치가 급락하며 원화값도 함께 떨어지자 시장에 개입했던 것을 언급하며 "당시에도 같은 이유(환율의 급격한 변동속도)로 개입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이런 것(개입)이 필요한지는 구체적인 시장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겠지만, 명확한 판단을 위해선 미국 대선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관세를 도입하는 정책은 강달러로 가고(압력을 높이고), 본인은 약달러를 원한다"며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높인) 플라자합의 같은 것을 하려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예전에는 주요 7개국(G7)을 이용해서 플라자합의를 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리더십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상황이고 환율이 문제가 된다면 중국과의 환율인데 중국이 이런 합의에 응할 리 없다"며 현실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한국이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한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차기 정권에서 문제시 될 수는 있으나 이는 환율 외에 다른 방식으로의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는 뜻이다.
전날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실적에 관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할 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반영하면 "2.4%(전망치)를 예상했던 게 2.3%나 2.2%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IMF 세계은행 총회 참석 과정에서 미국만 경제가 유독 좋은 원인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해고와 재취업이 비교적 자유로워 생산성이 높게 유지될 수 있는 반면, 유럽은 일자리를 보호하려 했고, 미국의 플랫폼 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존재가 유럽에 없는 것이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변동성 요인으로는 '선거(미국 대선)'를 꼽았다. 중동 전쟁의 진행상황에 대한 우려가 컸으며 팬데믹 이후 부채가 많이 늘어나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고 그는 소개했다.
미국의 대중정책은 누가 되더라도 변화가 없고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며 그는 "관세정책이 도입될 경우에는 전 세계 무역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큰 한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지만 그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이 총재는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번 FOMC(통화정책결정 회의) 이후 달러가 강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재정적자가 계속 커질 것이고 미국 이자율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며 인플레이션도 오래 갈 수 있어서 통화정책에서 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내달 6~7일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있더라도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이 총재는 "현재 모든 화폐가 (달러 대비) 절하가 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개입을 해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작을 수 있고 또 같이 움직일 때는 특별히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입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환율의 '수준'보다는 환율이 변하는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시장 참가자가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나서 너무 빠르게 올라가면 트레이더가 마진콜을 막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등 시장에 파급 효과가 크다"며 "환율 변동 속도를 조절하면 트레이더 관점에서는 다음 번 계약에서 계약 내용을 조정해서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시장이 보다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대응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한은이 환율절상(원화가치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중동사태로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졌을 때 엔화가치가 급락하며 원화값도 함께 떨어지자 시장에 개입했던 것을 언급하며 "당시에도 같은 이유(환율의 급격한 변동속도)로 개입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이런 것(개입)이 필요한지는 구체적인 시장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겠지만, 명확한 판단을 위해선 미국 대선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관세를 도입하는 정책은 강달러로 가고(압력을 높이고), 본인은 약달러를 원한다"며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높인) 플라자합의 같은 것을 하려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예전에는 주요 7개국(G7)을 이용해서 플라자합의를 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리더십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상황이고 환율이 문제가 된다면 중국과의 환율인데 중국이 이런 합의에 응할 리 없다"며 현실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한국이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한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차기 정권에서 문제시 될 수는 있으나 이는 환율 외에 다른 방식으로의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는 뜻이다.
전날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실적에 관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할 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반영하면 "2.4%(전망치)를 예상했던 게 2.3%나 2.2%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IMF 세계은행 총회 참석 과정에서 미국만 경제가 유독 좋은 원인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해고와 재취업이 비교적 자유로워 생산성이 높게 유지될 수 있는 반면, 유럽은 일자리를 보호하려 했고, 미국의 플랫폼 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존재가 유럽에 없는 것이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변동성 요인으로는 '선거(미국 대선)'를 꼽았다. 중동 전쟁의 진행상황에 대한 우려가 컸으며 팬데믹 이후 부채가 많이 늘어나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고 그는 소개했다.
미국의 대중정책은 누가 되더라도 변화가 없고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며 그는 "관세정책이 도입될 경우에는 전 세계 무역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큰 한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지만 그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