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인데 경영 똑바로 못한다니"…'37년 무분규' 고려아연 노조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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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국 노조위원장 "경영권 분쟁 휘말려 허탈…영풍·MBK 전문성 있나"영풍 및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고려아연의 노동조합까지 나서 “상식에 어긋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고 성토했다. 고려아연이 수십년간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 끝에 비철금속 제련 분야 시장점유율 1위로 성장하면서 ‘37년 무분규’ 토대를 마련했는데 “하루아침에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며 허탈해하기도 했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 위원장(사진)은 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를 MBK의 적대적 M&A 시도로 규정한 뒤 “회사가 부실하거나 경영이 어려워야 사모펀드의 역할이 있는 것 아니냐. 우리는 자부심을 가진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이라면서 “이런 회사를 ‘경영을 똑바로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며 손에 넣겠다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1992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문 위원장은 “비철금속 제련업은 원료를 수입하다 보니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고 환경안전 투자 비용도 늘어나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며 “그럼에도 회사 경영진이 꼼수를 쓰려한 적이 없다. 제2의 도약을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투자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7년간 이어온 무분규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고려아연은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큰 회사가 아니었어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지, 하루아침에 50년 역사가 이뤄진 게 아닙니다.”
산업격변기를 맞아 고려아연이 미래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현 경영진이 아닌 영풍·MBK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표했다.그는 “고려아연과 영풍은 같은 원료를 수입하고 공동 영업을 해왔지만 고려아연은 리사클링 등 기술력을 확보하고 직원들 헌신 덕에 영풍 석포제련소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면서 “현실이 이런데 어떻게 영풍이 석포제련소보다 몇 배나 더 큰 고려아연을 더 뛰어나게 경영하고 키우겠다는 걸 믿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MBK에 대해서도 “제조업에 와서 회사 경쟁력을 키울 만한 조직이 아니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주주 환원에 고용승계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사모펀드가 M&A를 하면서 늘어놓는 레퍼토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MBK는 돈을 차입해서 경영권을 가져오는 구조이므로 회사에 대한 투자는 축소되고, 회사의 여러 알짜 자산은 결국 현금화돼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울산 현장 직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한다. 결국엔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란 걱정이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MBK가 고려아연 인수 이후에도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MBK가) ‘고려아연만큼은 그렇게 안 하겠다’고 한다고 해서 쉽게 믿을 수 있나”라면서 “그동안 회사와 직원, 가족들이 울산 지역에 기여하고 사회 환원을 해온 만큼 이렇게 고려아연이 어렵고 힘들 때 지역사회와 정치권, 시민단체들까지 손을 잡아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