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무단전대행위는 임대차계약 종료 사유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소위 뜨는 상권을 중심으로 '팝업스토어(Pop-up Store)'가 유행하고 있다. 짧은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이 사전적인 의미인데,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 등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상권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단기임대차의 특성상 고액의 '사용(임대)료'가 수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의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임대인 동의 없이 단기 팝업스토어를 유치해 공간을 전대하면서 거액의 임대료 차액을 챙기고 임대차가 종료되면 거액의 권리금 장사까지 하는 행태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임대인을 대리하여 무단전대차하는 임차인 상대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무단전대차에 관한 사실관계 입증에 수고를 많이 들여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의뢰인은, 소유하던 서울 성수동 건물 내 일부 점포를 21년부터 2년 기간으로 보증금 3천만원, 월차임 310만원에 갑이라는 임차인회사에게 임대했다. 계약당시 갑회사는 '도자기 공방'을 운영한다고 의뢰인에게 이야기했는데, 임대차개시 얼마 후 ‘도자기 공방 운영과정에서 다른 회사와 일시적으로 협업매장을 운영할 수 있으니 허락해달라‘는 부탁을 해왔고, 의뢰인은 별다른 의심없이 이를 허락해주게 된다. 그런데, 그 이후 해당 점포에는 도자기 공방과는 전혀 다른, 예를 들어 제빵, 문구판매 등 다양한 영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의뢰인이 당초 예상했던 협업매장, 즉 임차인의 도자기 공방과 다른 업종이 조화를 이루는 영업형태가 아니라 전혀 별개의 영업이 그것도 1-2달 단위로 계속 변경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느낀 의뢰인은 해당 팝업매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영업상황을 체크하면서 자료를 수집한 끝에 단순한 협업매장이 아닌 단기 전대차행위의 반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팝업매장 특성상 1-2개월마다 진행되는 대대적인 리뉴얼공사와 요란한 행사 반복으로 같은 건물 내 다른 임차인들의 평온한 영업이 방해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의뢰인은 다른 임차인들로부터 심한 컴플레인까지 제기받게 된다.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의뢰인은 갑회사에 대해 무단전대차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임대차 2년 기간 만기 후에는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게 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이에 대해 갑 회사는, 단순한 협업매장이었을 뿐 전대차가 아니라고 하면서 임대차계약의 추가갱신을 요구해왔다. 그 결과 갑회사 상대로 명도재판이 제기되는데, 필자는 갑회사의 무단전대차 사실 입증을 위해 그동안 영업해왔던 여러 팝업업체들의 영업사진들과 함께, '쉐어잇'이라는 공간대여싸이트에 갑회사가 올린 팝업업체 모집광고까지 증거로 제출했다. 모집공고에서 갑회사는 하루 대관료로 16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 있었다.이런 증거에도 불구하고 갑회사는 ‘전대차가 아니라 협업매장이다’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더구나, 갑회사의 전대차 전모 파악을 위해 ‘해당 점포에서 팝업매장을 운영해왔던 업체와 체결한 (전대차, 대관)계약서를 제출해달라’는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고민 끝에 필자는, 서울 성수동을 관할하는 성동세무서에 사실조회절차를 신청했다. 전대차 의심기간 동안 갑회사의 대관료 내지 임대료와 관련된 매출자료를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과세정보제출명령
사 건 2023가단175471 건물인도
원 고 임대인
피 고 갑회사

1. 대상기관의 명칭 및 주소
성동세무서2. 명의인의 인적사항
법인명: 갑회사
대표자 : ---
사업자등록번호: -------
법인등록번호: -----------
사업장소재지 : 서울시 성동구 ---------

3. 요구대상기간
2022. 3. 1.부터 2022. 12. 30.까지

4. 사용목적
위 사건의 심리(원고 주장 입증)를 위하여

5. 요구하는 정보의 내용
가. 과세정보내용
(1) 명의인의 사업장소재지 관련하여 요구대상기간 매출신고분 중 공급받는자가 “A 주식회사, 주식회사 B,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 E 주식회사, F 주식회사”인 부가세 내역 및 이를 뒷받침할 서류인 세금계산서를 첨부해주시기 바랍니다.
(2) 명의인의 사업장소재지 관련하여 요구대상기간 매출신고분 중 품목이 “대관료, 이용료, 사용료, 임대료, 임료, 영업외 수익”인 부가세 내역 및 이를 뒷받침할 서류인 세금계산서를 첨부해주시기 바랍니다.

나. 증명할 사실과의 관련
피고가 8개월 가량 이 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사용․수익 시켰고 이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금액의 대관료(임료, 사용료)를 받아왔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함입니다.

<첨부서류>
1. 사업자등록증 1부

2024. 4. .
원고의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광석

서울동부지방법원 귀중

세무서 회신을 통해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수동 팝업매장 수수료가 상상이상이라고 하는 세간의 소문처럼, 갑회사는 자신이 부담하는 한달 임대료 310만원의 3배 내지 7배 가량의 사용료를 팝업매장업체로부터 받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갑회사의 전대차전모가 밝혀졌고 1심 명도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10. 15.선고 2023가단175471 건물인도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도자기 공예품 제조 및 판매업, 공방 원데이클래스 운영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21. 12. 21. 피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의 1층 748.1㎡ 중 별지 도면 표시 1, 2, 3, 4, 1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부분 82.5㎡(이하 ‘이 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임대차기간 2021. 12. 11.부터 2023. 12. 10.까지, 임대차보증금 30,000,000원, 월임료 3,1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
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이 사건 부동산을 전대하지 못하고 임대차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제3조), 임차인이 이를 위반하였을 때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제4조).
라.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다가, 2022. 3.경 원고에게 다른 업체와 협업매장을 운영하겠다는 연락을 하였고, 원고가 이에 동의하자, 2022. 3. 11. 주식회사 A와 대관기간을 2022. 4. 1.부터 2022. 4. 10.까지, 대관료를 10,5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하는 대관계약을 체결하고 위 회사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에서 ‘###스토어’를 운영하게 하였다.
마. 그 후 피고는 공간중개 플랫폼인 ‘쉐어잇’ 홈페이지에 광고를 하여 대관업체를 모집하였고, 2022. 4. 14. 주식회사 B과 대관기간을 2022. 4. 21.부터 2024. 5. 10.까지, 총 대관료를 22,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하는 대관계약을 체결하고 위 회사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에서 ‘$$$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게 하였고, 2022. 7. 12. 주식회사 C와 대관기간을 2022. 10. 1.부터 2022. 11. 30.까지, 총 대관료를 43,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하는 대관계약을 체결하고 위 회사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에서 ‘C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게 하는 등 2022. 4.경부터 2022. 11.경까지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다수의 업체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단기간 전대하여 피고의 사업과 관련 없는 매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였다.
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2022. 11. 3.자 내용증명우편으로 피고에게, 현재 운영되고 있는 C 팝업매장을 2022. 11. 27.까지 퇴거 조치하라고 하면서 피고의 무단 전대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아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위 내용증명우편은 2022. 11. 7.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사. 피고는 2022. 12. 14.경 원고에게, 2022. 11. 27.경 팝업매장 대관을 종료하였다고 회신하였다.
아. 피고는 2023. 9. 21.경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23. 10. 5.경 피고의 무단 전대를 이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다고 회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14호증, 갑 제20, 2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무단 전대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고, 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0조 제1항 제4호, 제8호에 해당하는 적법한 갱신거절이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로부터 협업매장 운영에 대한 동의를 얻었고, 피고의 전대행위를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차로 보더라도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는 2023. 9. 21.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였고 그 당시 전대차는 모두 해소되어 원고가 갱신을 거절할 사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법 제10조에 따라 갱신되었다.
3. 판단
가. 피고의 무단 전대 여부
1)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서 협업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의 동의를 받은 사실, 그런데 피고는 2022. 4.경부터 2022. 11.경까지의 기간 중 다수의 업체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단기간 전대하여 피고의 사업과 무관한 매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협업매장이란 둘 이상의 브랜드나 회사 등이 공동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협력하여 자신들의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를 조합하여 물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한데,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타인에게 전대하여 피고의 사업과 무관한 매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한 것은 원고가 동의한 협업매장 운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는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차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 여부
원고가 2023. 10. 5.경 피고의 무단 전대를 이유로 피고의 갱신요구를 거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서 인정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것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적법한 갱신거절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23. 12. 10.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
가) 원고는 피고의 무단 전대 사실을 확인하고 2022. 11. 3.경 피고의 무단전대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아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는 원고가 피고의 무단 전대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면서, 다만 해지의 효력발생일, 즉 임대차계약의 종료일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계약기간만료일로 정한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3조, 제4조 및 민법 제629조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해지의 효력발생일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만료일로 정한 것이 임차인인 피고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위와 같은 해지도 유효하다.
다) 그런데 피고가 갱신요구를 할 당시에는 전대차가 종료되어 법 제10조 제1항 제4호의 갱신거절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위와 같은 해지통고의 효력을 무력화하는 것과 같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한편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전대한 것이 원고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없어 갱신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도 주장한다.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별도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고 제3자에게 임차물을 사용․수익하도록 한 경우에 있어서도, 임차인의 행위가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은 자신의 동의 없이 전대차가 이루어졌다는 것만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나(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10127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가 갱신거절에도 유추적용된다고 보더라도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23. 12. 10.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결국, 갑회사는 애초부터 팝업매장 전대로 폭리를 얻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향후 거액의 권리금 장사까지 하려는 마음으로 임대차계약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소위 뜨는 상권에 소재한 건물 임대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무단전대차와 권리금장사 방지를 위해 임대차계약체결과정에서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위 사례와 같은 논란을 불식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이거나 일부 공간이라도 타인에게 공간을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절대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특약문구를 기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임차인이 요구하는 '협업매장'에 부득이 동의하더라도, 허락하는 협업매장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여 전대차 동의로 오해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