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할리, 마약에 손 댄 이유…"도와주던 불법체류자가" 고백

/사진=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영상 캡처
방송인 로버트 할리가 5년 전 약을 투약하게 된 이유를 직접 말했다.

27일 방송된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서는 (가상) 이혼 숙려 기간에 들어간 로버트 할리-명현숙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로버트 할리는 김병후 원장을 찾아가 심리 검사 및 부부 갈등 상담을 받았다. "아내가 절 아이 취급해서 사이가 안 좋다"고 밝힌 할리에게 김병후 원장은 "사전 심리 검사를 보니, 갈등 자체를 싫어하시는 성향이고 (5년 전) 그 사건 후 갈등이 더욱 커진 것 같은데, 아내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를 많이 해보셨냐?"고 물었다. 할리는 5년 전인 2019년 4월 8일 방송 녹화를 마친 직후 마약 투약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재판에 넘겨져 그해 8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 모친상을 당했으나 형을 마치지 못한 관계로 미국정부로부터 비자발급을 거부 당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기도 했다.

할리는 "대화를 전혀 안 했다. (그 사건을) 잊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김병후 원장은 "할리 씨가 사람을 쉽게 믿고,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성격이다 보니, 나중에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할리는 "사실 7년 전 너무나 의지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후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졌다"며 "그러다 잘못된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평소 앓던 기면증까지 심해져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옳지 않은 선택을 했다"며 "내가 도와주던 불법체류자가 이걸(마약) 먹으면 잠이 안 와서 방송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해 (마약에) 빠지게 됐다"고 자책했다. 김병후 원장은 "그런 부분을 아내에게 계속 숨기시니까, 아내 입장에선 답답한 마음이 클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할리는 1988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후 슬하에 세 아들을 뒀으며 1997년 귀화해 한국에 정착했다.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마약 투약 논란 이후 방송 활동을 접고 자숙하던 할리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서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할리는 "마약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밝히며 경험담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했다.명현숙도 심리상담가를 찾아가 부부 관계에 대해 상담했다. 상담가는 명현숙의 고민을 들어준 뒤, 수많은 감정 카드들을 펼쳐놓고, '남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 카드를 고르라'고 주문했다. 명현숙은 가장 먼저 '고마움'이라는 카드를 골랐고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본 할리는 "당연히 절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울컥했다. 명현숙은 "제가 막내로 자라다 보니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 서툴렀다"며 "남편이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5년 전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기억이 다 나쁘지는 않기에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심리상담가는 "부부가 함께 한 추억이 많으면, 힘든 일이 닥쳐도 그때의 '행복 마일리지'로 버텨내시더라. 두 분이 37년 간 쌓아온 추억이 많은 것 같다"며 따뜻하게 위로했다.

며칠 뒤, 로버트 할리는 아내가 있는 광주로 향했다. 부부가 함께 설립한 광주 외국인학교에 찾아간 할리는 "당신이 좋아하는 모시떡을 사왔다"며 화해의 뜻을 내비쳤다. 명현숙은 "(이혼 숙려 기간 동안) 따로 떨어져서 지내자고 하더니 왜 왔어?"라고 물었다. 할리는 "김병후 원장님과 선우용여 선배님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보라고 하셔서"라며 머쓱해했다. 명현숙은 "그러면 오늘 하루는 내 루틴대로 따라와 줄 수 있냐?"고 제안했는데, 할리는 "알겠다"고 마지못해 답했다. 명현숙은 남편과 함께 수산시장에 가서 아귀찜 재료를 사왔다. 생선류를 좋아하지 않는 할리는 점차 얼굴이 붉어졌고, 결국 "콩나물을 다듬어 달라"는 아내의 명령조 말투에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혼 숙려 기간에 또 다시 위기를 맞은 부부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매주 일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