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회장은 50대까지 믹서기 판매원이었다 [WSJ 서평]

세컨드 액트(Second Act)
헨리 올리버 지음
존 머레이 원
320쪽│29.99달러

고대의 어느 랍비는 나이에 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생계를 추구하는 20대를 거쳐 서른에 힘의 정점에 도달한다. 마흔이 되면 지혜를 얻고, 쉰엔 조언을 줄 수 있게 된다. 예순과 칠순엔 각각 노년과 만년에 도달한다. 인간의 초년운이 결코 가장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헨리 올리버가 쓴 <세컨드 액트(Second Act)>는 말년의 잠재력을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뒤늦게 성공한 사람들, 이 세상이 늦깎이들을 응원하고 찬양한다.

책에는 인생의 후반기에 성공한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를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 중 하나로 키운 캐서린 그레이엄은 40대 중반이 돼서야 신문사 경영을 시작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경력 공백기를 극복하고 말년에 이르러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 대표작을 남겼다. 50대에 캘리포니아의 작은 햄버거 가게를 전세계 체인 맥도날드로 성장시킨 레이 크록도 있다.

이들에겐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성공하기까지 결코 게으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공을 거두기 전 혹은 인정받기 전까지 대부분 오랜 기간의 공부와 실험 기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모두 성취를 얻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그 결과 인생의 후반기에 이르러 꽃이 만개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책은 다양한 사례와 더불어 노화 관련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신뢰를 더한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인지 능력 저하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며, 우리가 노년기의 지혜와 경험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취란 단순히 정신 능력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능력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적응하는 데 달려 있단 설명이다.

인생의 형태와 궤적은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우연한 만남이나 다양한 종류의 운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인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삶의 공간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심리학자 짐 브라이트와 로버트 프라이어의 '경력의 혼돈 이론'을 구체화한 것이다. 작은 영향이 예상치 못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준비와 태세를 갖춰놔야 한다.

개인의 경력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 앞서 살펴 본 맥도날드의 레이 크록은 마치 '실험적인 예술가'처럼 커리어 기간 동안 다양한 사업과 아이디어를 시도했다. 그의 경험은 중년의 밀크셰이크 믹서기 판매원이었던 그가 햄버거 가게를 미국 전역에 걸친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저자는 성공적인 인생 2막의 열쇠는 일관성 그리고 새로움에 기꺼이 적응하려는 의지 사이의 균형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 두 가지로만 이뤄져 있는 게 아니다. 너무 일찍 책장을 덮지 않기를 권한다. 현재를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살아내고 있다면, 당신의 충실함이 언젠가는 아름다운 꽃망울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새뮤얼 아브스만의 서평(2024년 10월 15일) 'Better Late Than Never'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