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처럼 치아가 깨끗하면 심장병 위험이 낮아진다 [서평]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
데이비드 B. 아구스 지음
허성심 옮김
현암사
480쪽
2만5000원
‘새 대가리’라는 말은 지능이 모자란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지능이 떨어지면 뇌 크기가 새처럼 작으리라 추정해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새의 두뇌는 전체 몸집에 비해서 크다.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집으로 찾아갈 수 있는 비둘기처럼 천재적인 길 찾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변의 환경을 기억하는 기억력과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예방 의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B. 아구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의과대학 교수는 인간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그는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에서는 동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다양한 생존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부터 노화, 사랑, 돌봄까지 인류에게 중요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들의 해답을 동물을 통해 제시한다.
기린은 목 길이가 대략 2m이므로 피를 머리까지 공급하고 높은 혈압을 유지하려면 매우 큰 심장이 필요하리라 추정해 왔다. 하지만 기린의 심장은 그리 크지 않고 심혈관 건강에 아무 부담을 주지 않고 높은 혈압을 유지한다. 대부분 이런 특징은 유전적 특성에 기인한다. 잇몸 건강도 심장병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만성 잇몸 질환이 심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염증을 일으킨다. 작은 소등쪼기새는 기린의 이빨 사이에 낀 음식 조각을 먹는다. 스케일링과 치실질을 한꺼번에 하는 효과다. 기린처럼 치아를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길이라는 것이다.

거대한 코끼리의 세포는 웬만해서는 변이되지 않으므로 암에 걸릴 확률이 인간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인간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3%에서 50% 사이로 추정되지만, 코끼리는 5%에 불과하다. 코끼리는 p53이라 불리는 단백질에 기초한 튼튼한 항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단백질 유전자는 가장 많이 연구되는 인기 유전자가 됐다. 코끼리를 통해 인간의 암이 정복되는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야생 코뿔소는 불임 문제가 없다. 반면 포획 상태의 코풀소 어미에서 태어난 코뿔소들은 불임 문제를 겪는다. 반면 자연에서 멀리 떨어져 ‘동물원’ 같은 인공적인 곳에서 생활하는 우리 인간들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코풀소의 불임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던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불임 호르몬을 발생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만성적 수면 부족, 스트레스, 신체활동 부족 등이 이 미생물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연에 가까운 영양과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저자는 똑똑한 문어와 치매에 걸린 돌고래의 사례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고 영원히 맑은 정신으로 사는 것에 관해 얘기한다. 또한 개미의 집단생활을 통해 집단 면역을 키우고 공동체의 삶을 이루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전한다. 저자는 동물처럼 자연과 가까워지는 삶을 소홀히 하지 말기를 주문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