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테슬라 보험'과 예금보험의 미래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테슬라답게 보험상품도 혁신적인데, 차량에 있는 통신기기를 활용해 운전 습관과 행동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이를 정보통신과 정보과학을 합친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험이라고 한다. 그 목적은 보험료를 정확하게 산정하고 사고 발생을 줄이려는 데 있다.

대수의 법칙에 입각한 상업적 보험사업자의 모형을 완벽히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예금보험제도도 이런 노력을 기울여왔다. 예금보험제도는 금융회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고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는 경우 금융계약자의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시스템을 지칭한다. 여기선 금융회사의 위험 수준에 상응하는 예금보험료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에 기대 금융회사가 과도하게 위험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 때문이다.금융회사 위험 수준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다르게 매기는 것을 위험 기반 보험료(risk-based premium) 부과제도 또는 차등보험료제도라고 한다. 경영위험에 비례해 예금보험료를 부과하면 금융회사는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연스럽게 건전한 경영을 추구할 것이다. 그 결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자율적으로 도모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

2014년부터 국내에 운영 중인 차등보험료제도는 금융회사 경영위험에 따라 총 5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최대 ±10% 범위에서 보험료율을 할증·할인해 부과하고 있다. 예금보험료 비중은 금융권별로 영업비용 대비 1~4%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금융회사의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를 방지하고 건전 경영을 유도하는 데 기여해왔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차등보험료제도를 더욱 발전시킬 예정이다. 기존의 수익성, 자산건전성 등 전통적인 재무 위주 평가는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뱅크런 같은 사태 대응에 한계를 드러냈고, 반복되는 금융사고 방지와 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 대응에도 미흡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이번 차등보험료제도 개선의 주된 방향은 예금주와 예금상품 특성을 고려한 금융회사 부채구조의 건전성과 사전 예방 관점에서 내부통제의 질, 금융회사 자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경기 호·불황에 따라 예금보험료 총액이 변동해 금융부실 대응을 위한 재원이 부족해지는 경기순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텔레매틱스 보험은 정확한 보험료 산정을 위해 도입됐으나 점차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차등보험료제도 또한 금융회사 부실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로 금융안정과 금융계약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소통하고 지혜를 모아 제도를 개선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