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우려에 유럽 수출기업 주가 '휘청'

관세 취약 기업 올들어 2% 하락
美 매출 비중 큰 기업 압박 커져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자동차 제조 업체, 럭셔리 업체 등 유럽 수출 기업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관세 노출도가 높은 유럽 주식 28개가 9월 말 이후 지난 23일까지 7% 하락했다고 밝혔다. 영국 주류 회사 디아지오,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MVH),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 등을 비롯한 이 주식들은 연초 이후 23일까지 2% 떨어졌다. 유럽 주요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이 같은 기간 8%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2기에 확대될 ‘무역 전쟁’이 유럽의 수출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보편관세 20%와 중국산 상품 60% 관세 정책을 예고했다. 관련 주식 가운데 독일 상용차 회사 다임러트럭, 프랑스 화학 기업 아케마, 디아지오 등은 미국 매출 비중이 30%를 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루카 파올리니 픽텟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해당 주식들은 트럼프 효과, 유럽 성장 정체, 중국 경기 둔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FT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 간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S&P500지수는 대형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연초 이후 25일까지 22.46% 급등했지만 독일 DAC(16.07%), 영국 FTSE100(6.83%), 프랑스 CAC40(-0.44%) 등은 S&P500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FT는 “많은 애널리스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입품 관세 인상 정책이 미국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유럽 수출 업체들이 관세로 타격을 받는다면 두 시장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에마뉘엘 카우 바클레이스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는 “공화당이 백악관뿐만 아니라 의회 상·하원까지 모두 가져가는 ‘레드 스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일각에서는 유럽 주식시장 비관론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휴 짐버 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유럽 시장에 재점화된 무역 갈등 위협이 반영돼 미국보다 40% 할인된 상태로 거래된다”며 “부정적 요소는 이미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