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펑크 막는다고 주택기금까지 쌈짓돈으로 활용해서야

기획재정부가 올해 국세 부족분 29조6000억원을 추가 국채 발행 없이 메우겠다는 계획을 어제 내놨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공자금관리기금, 외국환평형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기금에서 14조~16조원을 끌어다 쓰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부금 중 6조5000억원의 배정을 유보하고, 통상적으로 7조~9조원의 불용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로선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고육지책을 짜낸 것으로 보인다. 정석대로 하자면 세수 부족분의 상당액을 국채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국채를 시장에 더 내놓으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갉아먹을 수 있다. 2% 아래의 상승률에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여기에 건전 재정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의 대외신인도도 떨어뜨릴 수 있다.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2년 연속 손쉬운 해법만 찾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채를 발행하려면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기금 활용은 정부가 결정만 하면 된다. 기금 차입 금리는 국채 금리에 준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비용이 더 싼 것도 아니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해서 기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도 크다. 주택도시기금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데 주로 쓰인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이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하지만 여유자금은 2021년 말 49조원에서 올해 6월 말 15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외국환평형기금도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려면 항상 충분한 여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가 편법 재정운용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세수 추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세수 오차는 4년 연속 발생했으며, 그 규모가 지난해는 60조원, 올해는 30조원에 달했다. 국가채무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지출 증가를 억제하려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거대 야당도 1인당 25만원 지급 등만 외치지 말고 재정준칙 법제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