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반쪽 시스템 공천이 문제"…용산·한동훈 다 때린 與총선백서

총선 200일 만에 공개

'김건희' 관련 23차례 언급
韓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뉴스1
지난 4·10 총선의 패인을 분석한 ‘국민의힘 총선백서’가 총선이 끝난 지 200여 일 만에 28일 공개됐다. 명품백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었던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나란히 주요 패인으로 들었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백서는 총선 패배 이유로 △절차적 문제와 확장성 부재를 야기한 비례대표 공천 △승부수 전략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의 부재 등도 꼽았다.백서는 당정 관계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다”며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여사 문제를 당정이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결정적 문제로 봤다. 총 271페이지 분량에서 ‘김건희’는 17차례 언급됐다. ‘여사’(1회)나 ‘김여사’(5회)로 표기된 부분까지 합치면 총 23차례다. 백서는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며 집권했다”며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그룹의 득세,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으로 공정과 상식 이미지가 사라져버린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이 이런 이슈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정부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당정 간 건강한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주도한 ‘시스템 공천’도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혹평이 나왔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는 “사천 논란으로 막판 내홍을 야기했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공천관리위의 비례대표 후보 면접 최종 심사 자료가 당 지도부 및 사무처 실무진과 공유되지 않았고, 현재도 남아 있지 않다”며 “이는 심각한 절차적 하자로 시스템 공천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초래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당이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유능함을 보여줘야 했지만 ‘민생 실종’으로 집권 여당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담겼다. 백서는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심판, 읍소전략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혹평했다.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한 과제로는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 기반 공고화 △빅데이터 기반 정책 개발 및 홍보 역량 강화 △공천 시스템 조기 구축 및 투명성 강화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 구축 및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한 대표는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