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먼저 '포문'…수입차 할인전쟁 벌어졌다

벤츠, 할인으로 9월 판매량 1위 오르자
BMW 등 경쟁사 공격적으로 세일 나서

한달 사이 많게는 2000만원 더 깎아줘
비싼 차 경우 할인폭만 6000만원 넘기도
벤츠 ‘더 뉴 E클래스’
수입차 할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포문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달 열었다. 전통적으로 “할인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들은 벤츠가 지난 9월부터 인기 차종 위주로 할인폭을 크게 늘렸다. 벤츠가 큰 폭의 할인으로 9월 판매량 1위를 차지하자 경쟁사인 BMW 등도 할인폭을 키웠다. 통상 연말에 할인이 많이 몰리는 수입차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올해엔 석 달 먼저 시작된 셈이다. 연말 시즌을 앞두고 수입차 구매를 생각 중인 소비자들은 직접 해당 딜러사에 견적을 요청해 비교해보면서 적극적인 할인을 취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29일 온라인 중고차거래 플랫폼인 겟차에 따르면 이달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차들의 할인폭이 전달인 9월보다 대부분 크게 뛰었다. 한달 사이 할인을 많게는 2000만원이상으로 더 해주는 수입차도 생겨났다. 비싼 차의 경우 할인폭만 6000만원이 넘는 차도 등장했다.이 같은 현상은 재고 소진과 수입차 불황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할인을 잘 안해주는 브랜드였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9월부터 할인폭을 키우자 경쟁사들이 할인폭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8월 벤츠 전기차 화재로 타격을 받은 벤츠코리아가 갑자기 인기 차종에 1000만원 이상의 할인을 해줬다”며 “벤츠가 전기차 화재란 악재에도 다음달 바로 수입차 판매 1위를 찍인 이유로 보이자 다른 브랜드들도 급하게 할인폭을 키웠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를 차지한 벤츠의 E클래스의 경우 2024년식 220d 4MATIC이 지난달 11%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이달 들어 할인폭은 더 뛴 12.1%(1000만원)이다. 벤츠의 2024년식 A220해치백도 이달 중 4710만원의 가격에서 20.5%를 할인하고 있다. 벤츠가 한국에서 20% 할인해서 차를 판매하는 건 이례적이다.
BMW ‘iX3’
여기에 지난달 벤츠코리아의 일부 딜러사는 화재가 난 모델인 EQ시리즈를 직원들에게 신차의 절반 가격에 넘겼다. 딜러사는 직원 복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QS 1억6390만원인 450+의 경우 49%를 깎은 8437만원에 직원들에게 판매한 것인데, 이는 이 회사의 인증중고차 판매가(9500만원)보다 더 싼 가격이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넘겨진 차들은 향후 중고차 시장에 나올 수 있어 기존 차주들의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벤츠의 경쟁사인 독일 수입차 회사들이 주도적으로 할인폭을 늘렸다. 아우디의 RS e-트론(콰트로)의 경우 2억6000만원인 가격을 이달 중 31.5%(6499만원) 할인해주고 있다. 2022년식이어서 재고 소진 차원의 영향도 있어 보이지만, 한국에서 간만에 등장한 30% 할인율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이외에도 e-트론 GT, A8, Q5, Q4, A5 등 인기 모델에 대해 이달 들어 지난달보다 많게는 할인폭을 10% 이상 늘려 21~31%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벤츠의 영원한 라이벌인 BMW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BMW의 A클래스, 2시리즈, 6시리즈의 일부 모델은 많게는 17.5% 할인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함께 iX1, i4, i5 등 수요가 많은 전기차들도 최소 15% 이상 할인 중이다. 대표적으로 9590만원의 i5 e드라이브 40M 스포츠 P2의 경우 1500만원을 할인한 8090만원에 팔렸다.

할인 경쟁은 다른 수입차들에도 점차 퍼지는 모양새다.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4XE는 이달 14.3%(1600만원) 할인되고 있으며, 링컨의 네비게이터 블랙라벨도 13.2%(2000만원) 할인 중이다. 준중형 세단인 폭스바겐 제타의 일부 모델들도 12.5% 할인되며 3000만원대 중반으로 가격이 조정됐다.수입차 업계는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를 제외하고 한국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3사가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다른 차들에도 할인 경쟁이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수입차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재고 관리 문제도 있고, 향후 애프터서비스 매출도 있기 때문에 안 팔리면 갖고 있는 것보다 할인을 크게 해서 내보내는 게 회사로선 훨씬 낫다”며 “연식 변경 문제가 있는 연말엔 통상 할인폭이 더 커지기 때문에 수입차 구매시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