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인 줄"…성수동에 나타난 '꼬마 자전거'의 정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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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 입소문지난 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민트색 점퍼를 입고 헬멧을 쓴 채 전기 자전거로 골목을 누비는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몇몇 시민은 흥미를 갖고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성수동의 명물로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른바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 직원들이다.
민트색 점퍼·헬멧 쓰고 세 발 자전거 '독특'
"'천편일률' 관광 안내도 이제 '맞춤형' 시대"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국내 주요 명소의 관광 안내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동적이고 천편일률적이었던 기존 안내 방식과 달리 지역 특성에 맞는 이색적인 전략으로 관광객들에게 재미와 정보 모두를 전달하고 있단 호평이 나온다.
민트색 '깔맞춤'한 이들 뜨자 '시선 집중'
개소 만 1년을 맞이한 성수 관광 안내소는 지난달부터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안내원과 통역 전담 봉사자가 직접 전기 자전거를 타고 오전·오후 성수동 지역 곳곳을 오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체 제작한 테마형 관광 지도를 나눠주거나, 현장에서 관광지를 문의할 경우 같이 해당 지역까지 이동하기도 한다.신촌, 명동 등 다른 관광지에서도 걸어 다니는 방식의 유사한 안내 방식이 존재하지만, 성수 관광 안내소는 '맞춤형 정보' 제공과 높은 기동성으로 안내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성수동의 힙한 이미지에 맞춰 시선을 끄는 '이색 콘셉트'는 덤이다. 신선영 센터장은 "단순히 관광 안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수동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 재미있는 안내 방식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정오께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 요원들과 동행하면서 거리를 거닐었다. 민트색으로 옷과 헬멧을 소위 '깔맞춤'한 요원들이 세 바퀴 전기 자전거를 타고 거리에 등장하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일부 시민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기도 했다.관광 안내는 대략 1~3시간가량 진행된다. 코스는 연무장길, 아틀리에 등 성수동의 유명 관광 거리가 중심이지만, 일대 다른 거리도 빠짐없이 누린다. 동네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권 팀장은 "새로운 팝업 스토어가 열린 곳, 갑자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곳 등을 유심히 봤다가 추천 코스에 추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컸다. 딸과 함께 걷던 한 일본인 관광객은 먼저 자전거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일본어에 능통한 관광 안내사인 권미선 팀장이 자전거를 세우고 관광객의 어린 딸에게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반갑다"고 말하자, 아이는 수줍은 듯 웃음을 보였다.
잠시 정차 중에 자전거에 흥미를 보이던 한 외국인 관광객은 "이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권 팀장은 자전거에 꽂힌 깃발과 입고 있는 점퍼에 적힌 'Tourist Information' 문구를 가리켰다. 그녀는 권 팀장에게 여러 종류의 지도를 건네받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30대 직장인 유모 씨는 "최근 이 거리에 자주 보이는 분들인데 처음엔 '배달의 민족'인가 생각했었다"며 "다른 주요 시내권의 관광 안내원들보다 더 친밀감이 들고 무엇보다 안내 방식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가 배부하는 일부 테마형 지도도 눈길을 끌었다. '취향 찾기' 빙고에 맞춰 총 세 가지의 지도가 마련돼있다. '엄빠도 좋아하는 카페', '친환경 가치소비 순례', '진짜 성수의 맛, 뚝도(뚝섬)' 지도가 그것이다. 단순히 유명한 맛집, 카페만 표시된 지도가 아니라 관광객 취향과 특성에 맞춘 다양한 업체를 소개하고 있었다.
신 센터장은 "그냥 걸어 다닐 때와 자전거를 활용할 때 반응은 천지 차이"라며 "자전거 안내를 시작한 이후 성수역 내에 관광 안내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직접 찾아오는 분들이 꽤 늘었다"며 "원래 평일 기준 하루에 50여명 정도 방문했는데, 지금은 그 두 배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 분들도 자주 오신다"고 설명했다.
등산화 빌려주고, 인기 '폭포 카페'와 연계
과거 관광 정보 전달에만 치중하면서 "따분하다"고 인식됐던 관광 안내소는 해당 지역의 관광 콘텐츠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올해 4월 북악산에 개장한 '서울 도심 등산 관광센터'는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K-등산' 열풍이 불면서 개장 4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해당 센터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정기 산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등산화 등 등산용품 대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단순 안내 차원에 그쳤던 기존 등산 관광 센터의 역할을 확장했다는 평가다.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떠오른 서대문구 '홍제 폭포' 옆에 관광 안내소를 설치한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해당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카페에 관광객이 몰리자, 이들의 편의성을 증진하기 위해 다국어가 가능한 통역사를 배치했다.
민간과 협력해 기존 관광 안내소의 틀을 깬 경우도 있다. 전라남도는 현재 도내에 민간 관광 안내소인 '쉬다 가게' 64곳을 운영 중이다. 기존 안내소의 운영 시간, 접근성 등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관광명소 인근 카페, 음식점, 숙박시설을 관광 안내소로 활용한다. 여행객은 이곳에 들러 여행 정보 안내, 관광지 추천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도는 올해 '2024~2026 전남 세계 관광문화대전' 브랜드 사업 추진에 맞춰 쉬다 가게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전국의 관광 안내소는 사실 스마트폰과 경쟁하고 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면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 아닌가"라며 "따라서 관광 안내도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이색 요소와 맞춤형 정보를 통해 관광의 질을 높여주는 식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