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에 팔아넘긴 총알받이 용병…초조한 김정은·절박한 푸틴 '惡의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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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INSIGHT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정예 부대인 ‘특수작전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집결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분쟁 지역에 대규모 전투병력을 파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 문제가 우크라이나전쟁의 향배를 좌우할 결정적인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이번 사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처럼 ‘러·북 양측의 일(это дело двух сторон)’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에 북한이 군대를 보낸다는 ‘설’이 ‘사실’로 확인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 의회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인력을 공급한 사실을 정보기관이 확인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사실상 두 번째 국가가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파병설이 나온 지 이틀도 안 된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북·러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국가정보원도 “북한이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며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전격 확인했다. 국정원은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네 척과 호위함 세 척에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으며 곧 전선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실이 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세계 안보지형 위협
美 대선 앞두고 '혈맹' 과시한 북·러
침략전쟁 장기화하자 북한군 가담시킨 러
격전지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투입 임박
北은 '피의 대가'로 빈곤 벗어날 자금 확보
핵·ICBM 관련 고도화 기술 이전 받을 듯
국제전으로 확대 '초읽기'
"우크라전에 북한군 배치되면 정당한 표적"
美·유럽 '전쟁 조력자'로 나선 北 제재 예고
대통령실, 우크라에 탄약 등 무기지원 시사
남북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3일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또 “북한군 파병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유럽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북한군 파병설은 가짜뉴스”라며 줄곧 부인하던 러시아도 미국의 공식 확인이 나온 직후 북·러 조약을 거론하며 입장을 바꿨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의회(두마)가 북·러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했고 이 조약에는 상호 군사원조 조항이 있다”며 “이 조항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러시아와 북한)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사실상 북한군 파병을 인정했다.
북·러가 미국 대선 전 파격 승부수를 던지며 양국 관계가 군사동맹을 넘어 혈맹(血盟)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러시아를 뒷배로 활용해 ‘전략적 지위’ 상승을 도모하고, 러시아는 북한군을 끌어들여 평화협상 및 전쟁 장기화에 대비할 수 있다. 북한 특수작전군이 쿠르스크 영토 탈환 작전에 기여한다면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등 더 중요한 전선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북한 정권은 파병 특수를 통해 연간 7000억원이 넘는 통치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활성화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사우스 등 권위주의 진영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도 모색할 수 있다. 북한 특수작전군은 실전 경험을 통해 각종 첨단 무기체계는 물론 현대전에 필요한 전투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군사교리를 발전시키는 등 북한군의 역량과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사출 능력, 군사정찰위성 고도화 등 민감한 기술까지 전수하면 북한군은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 1989년 미그29기 도입 이후 공군 현대화가 정체된 북한에 러시아가 최신형 전투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북한군 파병을 재래식 무기에서도 남북한 군사력의 균형을 깨는 결정적 계기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러 군사협력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미 백악관은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되면 ‘정당한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북한군 파병에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시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속한 동유럽 회원국들은 북한군 파병을 ‘북한의 유럽 침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군 파병 관련 정보 공유를 위해 대표단을 NATO 본부에 파견했고, 한국의 NATO 전장정보수집활용체계(BICES) 가입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대통령실은 “북한의 전투병력 파병에 따른 북·러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무기 직접 구매도 꾸준히 타진해왔다. 그동안 정부는 한·러 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북·러 군사협력이 심화하면서 K방산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실현될 개연성이 커졌다. 구체적으로 155㎜ 포병 탄약, 재밍 드론 및 휴대용 소형 드론대응체계(안티드론건), 현궁 및 천궁, 비호복합 등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거론된다.
북한의 파병이 본격적인 확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형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회복에 기여하되,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우세하다. 외교 역량을 결집해 북·러 군사협력의 약화를 추구하되, 이들이 보여줄 협력의 수준과 범위 등을 고려해 유연한 대응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