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제모을루도 모르는 韓 규제

김현석 글로벌마켓부장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설립자가 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각종 추측이 많다. 그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고, 테슬라는 민주당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기업이다. 그런 그가 트럼프에게 1억3200만달러를 쏟아부어 가장 큰 기부자가 됐다.

머스크가 밝힌 이유는 과도한 정부 규제다. 그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캠페인에서 스페이스X의 발사대를 식히는 물을 버렸다가 벌금을 받았다고 했다. 머스크는 “텍사스 발사장은 열대성 뇌우 지역에 있고 비가 너무 내려 도로가 잠기기도 하는 곳”이라며 “그래서 그 빗물을 조금 쓰는 데 허가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머스크를 돌아서게 만든 것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지난 9월 ‘산업 폐수’를 버려 수질 오염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14만8000달러를 부과했다. 머스크는 또 해양수산청(NOAA Fisheries)에서 상어와 고래를 보호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켓이 떨어질 수 있는 지역에 상어가 얼마나 사는지 데이터를 찾아 분석할 때까지 발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로켓 발사에 따른 음파 충격이 바다표범 번식에 미칠 영향을 찾기 위해 바다표범에 헤드폰을 씌우고 실험해야 했던 일도 언급했다. 그는 “이것을 과도한 규제로 인한 교살이라고 부른다”며 “연방 규제기관이 건국 이래 매년 2개씩 생겨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머스크가 “새 규제 1개를 만들 때마다 최소 10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진영에 합류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부효율성위원회(DOGE)를 만들고 머스크를 ‘비용 절감 장관’에 임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규제가 완화된다면 스페이스X, 뉴럴링크 등 머스크의 기업들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제 성장도 가속화할 것이다. 머스크는 “당신의 자유는 더 많은 법과 규정, 규제 기관으로 인해 침식당하고 있다”며 “그걸 풀어 자유를 회복하면 더 큰 번영과 행복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요원하기만 한 규제 혁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세 사람이 받았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는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분단 이후 한국과 북한을 비교해 제도 차이를 강조했다. 한국은 사유 재산이 보장되고 직업 선택이 자유로운 ‘포용적 경제 제도’를 택해서 번영했다는 게 핵심이다. 기자는 2019년 아제모을루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대표적 번영 사례로 든 한국이 저성장에 빠져들었다고 했더니 그는 “모든 규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규제가 많다는 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말”이라며 “우버의 차량공유 서비스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를 규제한다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점적 대기업이라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지나친 규제는 또 다른 극단으로서 포용적 성장과 맞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세계 제일의 혁신가, 그리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함께 제시하는 성장 방법이 규제 철폐다. 3분기 0.1% 성장률에 그친 한국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