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조건없는 휴학' 승인…의정갈등 돌파구 열리나

한발 물러선 교육부
집단휴학 8개월 만에 수용

"휴학, 대학 자율로 판단"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 우려에
강경하던 교육부 결국 입장 선회
대학 학사 정상화 물꼬 트일 듯
서울대 이어 연세대도 휴학 승인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도 탄력
의대협회 "대화 시작되길 바라"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휴학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낸 지 8개월여 만이다.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조건 없는 휴학을 내세운 의사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8개월 끈 의대생 휴학, 대학 자율로

교육부는 29일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의대생 휴학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동맹휴학이 아닌 것을 증명하고,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조건부로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결정이다. 교육부의 입장 변화로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지 8개월여 만에 사실상 휴학이 가능해졌다.교육부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입장문,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의 건의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의정 갈등 중재안 등 대학 현장과 국회 등 사회 각계의 의견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며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은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대학 총장들은 휴학 승인으로 2025학년도 학사 정상화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학칙상 1회 휴학 신청 기간은 최대 1년(두 학기)이기 때문에 2025학년도 학생 복귀에 큰 어려움은 없다는 판단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대학별 여건을 고려해 휴학 신청에 대한 승인을 할 것”이라며 “학생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해 2024학년도 휴학생 대상 비교과 프로그램 및 2025학년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며 강경하던 교육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이대로 가다가 대규모 유급, 제적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의대생들은 1학기는 등록금을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이며 2학기는 등록도 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 2월까지 등록금 납부 기간을 미뤄줬지만 대치가 지속된다면 3월이면 유급이 아니라 집단 제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늘 이 자리가 의대 학사 운영 정상화를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더 나아가 정부와 대학, 의료계 등이 여야의정협의체를 통해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며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 돌파구 마련될까

의료계도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정 갈등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의대생 휴학 승인을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의대협회는 “의료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휴학계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휴학기간에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육부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며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정부에 요구한 ‘조건 없는 휴학’ 처리를 정부가 승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교육부 방침이 정해진 후 연세대는 바로 원주캠퍼스와 신촌캠퍼스 의대생의 휴학을 승인했다. 의정 갈등 이후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 휴학 승인이다.

강영연/이지현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