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조' 서울시 위탁사업, 감사 안 받아도 돼"…회계업계는 반발

대법원 판결에 회계사회 "회계투명성에 찬물"
"보조금·사업비 부정수급 등 회계투명성 저해 우려"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뉴스1
대법원이 서울시가 민간에 맡겨 운영하는 사업비 정산 검토 절차를 회계감사가 아니라 결산서 검사로 변경한 결정을 두고 회계업계가 공식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시가 연간 1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민간에 위탁하는 각종 사업 비용이 제대로 쓰였는지 따져보려면 회계 전문가들의 정식 회계감사 절차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29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대법원이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의 회계감사 절차의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바꾸고, 이를 세무사나 세무법인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판결에 대해 유감과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보조금이나 민간위탁 사업비 부정수급 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비영리부문의 회계 투명성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25일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의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사건' 소송에서 원고 청구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는 서울시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기관이 회계감사 대신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받으면 되도록 한 개정조례안을 확정하는 조치다. 개정조례안에 따르면 각 기관이 공인회계사가 아니라 세무사에게 결산서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그간 서울시가 위탁한 사업을 맡은 민간기관은 공인회계사에게 사업비 정산 감사를 받아야 했다. 제삼자인 회계 전문가가 사업비 결산을 검증해 보조금 등 사업비의 부당 집행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업 재정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은 지자체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민간기관에 제공하고, 사업 수탁기관이 사업을 수행한 뒤 지자체에 결산 보고서를 제출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2021년 12월 정산 감사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바꾸는 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채인묵 당시 서울시의원은 "사업비 정산 검사를 회계감사로 규정해 수탁기관의 불편과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간 금융위원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은 이 조치가 공인회계사법 등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금융위가 이를 근거로 재의요구를 지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회에 재논의를 요청했고, 시의회가 2022년 4월 원안대로 재의결하자 같은 달 오 시장이 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검사가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날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업무의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한다고 해도 업무의 성격과 본질은 공인회계사만 수행할 수 있는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서울시 조례가 원상회복돼 민간위탁 사무 회계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지방재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무의 수탁기관 결산서는 반드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