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도 '도마위'…한국 車시장 개방 압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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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미 흑자 3년간 2.7배 급증다음달 미국 대선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여부가 주요 통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역적자 축소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미FTA 재개정을 비롯한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무역 불균형 해소 위해
컴퓨터 부품·가전·석유화학 등
전방위로 통상압박 나설 가능성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이던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444억달러로 3년간 2.7배로 늘었다. 올 들어 9월까지 무역적자는 399억달러로 전년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증가 추세는 미국 대선 이후 주요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1기 행정부에 비해 더 공세적인 통상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1월 출범 직후부터 한국 정부를 향해 무역 불균형을 정상화하라며 전방위로 압박했다. 그해 7월 한국 정부에 FTA 개정을 공식 요구한 데 이어 이듬해 1월엔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 등에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듬해 타결된 한·미 FTA 재개정 협상은 자동차와 철강 등 국내 주요 수출 산업의 성장 기회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승용차, 컴퓨터 부품, 냉장고, 석유화학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품목에 대한 통상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시) FTA 재개정뿐 아니라 무역수지 개선과 결부된 다른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측이 통상 압력을 행사할 때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정부를 계승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통상 정책의 변화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자동차, 배터리, 방위산업 분야 등에선 국내 수출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무역 분야에서 노동·환경·인권 등 가치와 연계된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