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럼프 승리 시 긴축·경제적 고통·증시 폭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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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예산 대폭 삭감에 따른 일시적 고통 불가피" 주장미국 대선까지 일주일 남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가까운 동맹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경제적 혼란, 주식시장 폭락, 재정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지자들에게 경고했다. 물론 ‘일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마켓워치 "건강한 사람에게 고강도 항암 화학요법 강요"비유
"트럼프 공약, 해리스 공약보다 연방적자 두 배 증가"추산돼
3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 날 지지자들과의 전화 토론회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대적인 연방예산 삭감, 긴축정책, 경제적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것이 “(재정의) 수입범위내에서 살기 위해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 어려움을 수반하지만, 장기적 번영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예산 절감 및 ‘정부 효율성의 차르’라 불리는 머스크는 트럼프가 취임한 후 연방 지출을 삭감하기 시작하면 "특별한 경우"나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 에서 한 사용자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경제 초기에 심각한 과잉 반응”을 예측하고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쓰자 “그럴 것 같다”며 동의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머스크가 정부 효율성 위원회를 이끌기를 원하며 자신의 "예산 절감 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내각 직책을 암시했다. 머스크 자신은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정부 효율성 부서"를 운영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미국 경제가 현재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이 충격적인 긴축 정책 메시지는 이례적이다. 특히 트럼프의 공약이 해리스의 공약보다 연방 재정적자를 두 배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기이한 메시지다.
미국 경제는 3분기 경제 성장률이 무려 연율 3%로 추정된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코비드 이후 거의 두자리수에서 극적으로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평균 주급은 코비드 이전보다 높다.
주식시장에서 S&P 500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로 배당금을 포함하면 54%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조정치로 봐도 30% 넘게 올랐다. IMF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 상황에 있다고 말한다. 마켓워치는 이 같은 머스크의 계획이 마치 “완벽하게 건강하고 암이 없는 사람에게 항암을 위한 화학요법을 대량 투여하겠다는 의료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긴축이나 예산 삭감은 특히 트럼프와 2,700억달러(372조원)의 자산을 가진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체 연방 예산의 3분의 2는 사회 보장, 메디케이드를 제외한 의료 보험, 부채 이자, 국방 및 재향 군인에게 사용된다. 머스크의 잔혹한 예산 삭감 구상이 적용될 경우 트럼프 지지자들을 대다수 포함해 저소득층 미국인 상당수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가 ‘다른 모든 것’이라고 지칭한 연방 지출 예산은 올해 2조 3,500억 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머스크가 연방 예산에서 "최소 2조 달러"를 삭감하겠다는 것은 메디케이드, 교통, 사법, 국토안보, 농업, 식품의약국 등 다른 모든 것을 폐지하거나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를 대폭 삭감한다는 뜻이다.
정작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와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하를 공언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제안한 세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책임있는 연방예산 위원회’는 이미 트럼프가 공언한 세금 인하가 민주당의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의 제안보다 미국의 부채를 약 두 배 더 늘릴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머스크는 국가 부채 급증에 대해 수입은 언급하지 않고 지출 삭감에만 집중했다.
머스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4%로 떨어졌음에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연방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월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과 관세 폭탄이 해리스의 제안보다 미국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