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노선 지나는 환승역 조용하더니…GTX 소식에는 '들썩' [집코노미-집집폭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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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콘텐츠-집코노미 집집폭폭]
3호선·경의선·서해선 지나는 '대곡역'
그린벨트 묶인 농경지 한복판에 위치
GTX-A·의정부行 교외선 12월 개통
이용자 늘며 역세권 개발 탄력받을 듯
토당동·화정동 거래가 수천만원 올라
경기 고양 덕양구에 있는 대곡역은 수도권 서북부 교통 중심지다. 지금도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이다. 오는 12월엔 파주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도 대곡역에 정차한다. 의정부까지 연결되는 교외선도 연말 들어설 예정이다.
통상 환승역 주변 집값은 상승 동력이 크다. 하지만 당장 ‘대곡역 프리미엄’을 누리는 아파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곡역 인근은 허허벌판이라 아파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대곡역세권 개발이 ‘GTX 효과’를 바탕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고양 토당동 아파트 단지나 화정동 별빛마을 아파트가 수혜 단지로 거론된다.
“왜 저기에 전철역이 생겼을까…”
대곡역은 1996년에 문을 열었다. 일산선의 간이역으로 출발했다. 당시에도 “왜 저곳에 전철역에 생겼을까”란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농경지 한복판에 역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30여년이 흐른 현재도 주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6차선의 큰 차도(중앙로)가 대곡역에 붙어 있을 뿐이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카페도 없다.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은 2010년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14년째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 고양시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국가철도공단이 공동 개발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탄력을 받나 싶었다. 사업성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타’로 나서면서 다시 기대를 모았지만, 직원 불법 투자와 관련된 ‘LH 사태’가 터지며 다시 동력을 잃었다.자족용지와 주거시설 비율을 놓고 사업 주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에 관심이 쏠리면서 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는 사업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취락지구 중심으로 땅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도 개발의 걸림돌로 꼽힌다.
“GTX 뚫리면 얘기 달라져”
대곡역을 지나는 노선의 효용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역세권 개발이 지지부진한 배경이다.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이 길다. 서해선은 서울 핵심지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서울 강남권까지 이어지는 3호선은 가치가 높긴 하지만, 고양 주민 입장에선 화정역을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 대곡역의 대체재가 있는 셈이다. 대곡역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개발도 탄력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하지만 연말에 GTX가 개통하면 대곡역의 체급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주 운정신도시를 출발해 킨텍스역과 대곡역, 연신내역을 거쳐 서울역까지 달리는 GTX-A가 오는 12월 문을 연다. 2028년이면 삼성역과 수서역 등 서울 강남권까지 연결된다. 주거지역에서부터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게 현재 대곡역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GTX가 뚫리면, 수요자가 대곡역까지 오는 수고스러움을 충분히 감수할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향후 대곡역의 환승객 수요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북부 순환철도 격인 교외선이 오는 12월 개통한다. 의정부나 양주 지역 주민들이 GTX를 이용하기 위해 교외선을 타고 대곡선까지 이동하는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서해선이 향후 충남지역까지 확장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충청권 주민의 환승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GTX와 교외선, 서해선 확장 등 요인이 겹쳐 대곡역 이용자가 늘면 역세권 개발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토당동·별빛마을 단지 주목
그렇다면 대곡역 인근 아파트 중 어느 단지가 가장 수혜를 입을까. 먼저 ‘대곡역롯데캐슬엘클라씨’와 ‘고양e편한세상대림2차’, ‘대곡역두산위브1단지’, ‘금강KCC’, ‘능곡양우내안애’, ‘능곡풍림아이원1단지’ 등 토당동 아파트가 꼽힌다. 직선거리로 대곡역과 가장 가깝다. 대곡역 1번 출구에서 이 단지까지 ‘샛길’이 있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걸어서 약 15분~20분가량 걸린다.다만 버스의 경우 대곡역까지 바로 가는 노선이 없어 반대 방향에 있는 고양경찰서 쪽으로 갔다가 갈아타야 한다. 이 단지에선 최근 들어 가격이 소폭 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양e편한세상대림2차 전용 84㎡는 지난 5월 4억8500만원(8층)에서 이달 5억1000만원(9층)으로 2500만원 뛰었다.화정동의 별빛마을 단지들도 대곡역 수혜가 예상된다. 인근 고양경찰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한 정거장 만에 대곡역에 닿을 수 있다. 별빛마을 9단지(2008가구)와 10단지(1080가구)가 특히 대곡역과 가깝다. 1995년(9단지)과 1996년(10단지)에 각각 준공된 노후 단지들이다. 별빛마을 10단지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6억7000만원(6층)이다. 올해 상반기엔 6억원 전후 가격에서 거래됐는데, 몸값이 수천만원 올랐다.철길을 따라 열차뿐 아니라 집값도 달립니다. ‘집집폭폭’은 교통 호재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역세권 투자 길잡이 코너입니다. 빅데이터와 발품 취재를 결합해 깊이 있고 생생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집집폭폭 열차는 매주 금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