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투세 폐지 간절, 국회 조속한 협조 부탁"

금융위원회 정례 기자간담회

"밸류업은 긴 호흡…단기적 실패 단정 지을 일 아냐"
"상법 개정, 고민 깊다…금융위 입장 말하기 곤란"
"ELS 제도 개선안 늦지않게 발표…내달 공청회"
"10월 가계대출 증가 폭 좀 늘어"
사진=뉴스1
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은 30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국회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10월 가계대출의 경우 증가 폭이 전월보다 소폭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 후 추가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10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 문턱을 넘기를 기다리는 여러 법안이 있지만 11월 중 금융위원회에서 (실현되길) 간절히 바라는 게 금투세 폐지안"이라면서 "이제는 투자자들 근심과 불안, 불확실성을 끝낼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금투세 폐지 결론을 내려주길 이 자리를 빌려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그는 "올 1월2일 증시 개장식 때 정부가 금투세 폐지 방침을 천명한 뒤로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 지난달에는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토론 형식으로 금투세를 논의했다"며 "시간이 꽤 흘렀다고 생각하고, 논의도 충분히 했다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의 핵심 증시 부양책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해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 데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밸류업의 성공 여부를 말하는 기준은 주가가 오르는 것, 밸류업 공시 기업들이 많아지고 해당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아지는 것 등 다양할 것"이라며 "주가 측면에서는 타국 대비 부진한 만큼 비판받을 소지가 있지만 올 들어서 업계의 주주환원 규모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밸류업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정책은 아니며, 꾸준히 추진할 때 비로소 조금씩 성과가 눈에 띈다고 본다"며 "때문에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되 당국으로서 단정적으로 짧은 시간에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란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런 밸류업 추진 효과를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상법 개정'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관련 금융위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 위원장은 또 다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위원장은 "상법 개정은 고민이 깊은 사안이라 결론적으로 말하면 좀 더 논의해야 한다"며 "금융위 입장을 말하는 게 지금 단계에선 적절치 못하다. 어쨌든 주무부처인 법무부를 포함해 부처 간의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한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한 개선방안은 아직 확정 짓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11월 중 공청회를 열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어느정도 공감대가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중대 이슈에 한해선 갑론을박이 심한 지점이 있어 좀 더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공청회를 토대로 제도 개선안을 가급적 늦지 않은 시간 내 내놓겠다"고 했다. 일례로 ELS와 같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국은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 또한 소비자 보호만큼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0월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9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5조2000억원 증가, 8월 9조7000억원 급증한 것 대비 증가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바 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둔화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분위기가 바뀐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오늘이 30일이니까 내일까지 포함해 월말의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아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이달의 증가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9월은 추석 연휴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달 숫자가 또 하나의 판단 기준일 수 있다"며 "정확한 숫자를 받아보고 추가 조치할지 좀 더 지켜볼지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은행권이 신규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 가계대출로 쏠림이 강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당국이 가계대출을 옭아매기로 했으면 그 말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가계대출을 당장 '마이너스'로 만들자고 마음먹으면 못 할 것은 없겠지만, 그래선 안 되지 않느냐"며 가계대출을 '적절히' 관리해 나가는 게 최우선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가계·기업대출 증가세 속에서 이자마진으로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은행권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전날 열린 '제9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최근 은행 이자수익 증가에 대한 비판도 금융이 과연 충분히 혁신적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의 관행이나 제도가 만드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든 금융인들이 돌아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메시지에 대한 부연을 요구하는 물음에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이익을 많이 내면 우리 모두가 칭찬하는데, 은행은 같은 상황에 처하면 비난받는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의 경우 경쟁을 통해 혁신을 한 결과 이익이 났지만 은행은 과연 혁신이 충분했는가 의문이 들게 한다"며 "이런 데에서 기인한 문제의식 내지 비판이라고 여겨주면 좋겠다"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대리업을 위한 제도 손질도 예고했다. 그는 "앞선 국민통합위원회에 은행대리업의 허가를 제안한 데 따라 이와 관련해선 공감대가 형성됐고, 특히 우체국을 활용하는 안이 검토됐다"며 "대출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현행 은행법에선 (우체국과 같은) 비은행이 자금 대출 등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 위탁은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현행 은행법을 고칠 것인지, 아니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할 것인지는 좀 더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각도의 판단 하에 은행법을 개정하는 부분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시장 정책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의 출범 시기에 대해선 오는 11월 6일로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위원회는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법에 따라 설치되는 금융위 산하의 정책·제도 자문기구다. 법인 실명계좌 허용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등 주요 현안을 비롯해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의 입법 과제를 다루게 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위원들은 모두 내정돼 있고 내달 6일 첫 회의를 열 계획"이라며 "(민간 위원들의 경우) 업계 인물들은 배제한 채 전문가 중심으로 꾸렸다"고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두고선 늦어도 다음 달 중으로 심사기준을 만들고 연내 희망 사업자들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본격적인 예비인가 신청 접수는 내년 초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