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채용·해고까지 하는 시대…'인간 중심적 모델'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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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재포럼 2024직원을 채용하고 평가하는 인사 업무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의 인력 관리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편향된 데이터에 따른 불공정한 평가, 비인간적이고 경직된 업무환경 등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유럽 경영 전문가들이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기업과 정부가 '인간중심적인 AI 고용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 이유다.
기업들, AI 기반 고용 프로그램 활용
비용 및 시간 단축 등 효율성 높지만
편향적 평가·비인간적 업무환경 우려도
이수희 영국 켄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AI 기반 고용서비스 사례: 도전과 교훈'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직원 고용, 일자리 매칭, 성과 평가, 해고 등 기업의 모든 인사 업무가 AI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기업 유니레버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유니레버는 자체 개발한 AI 고용 프로그램과 SNS 등을 연동해 적절한 인재를 찾고, 이력서를 평가한다"며 "그 결과 채용 절차를 평균 4개월에서 2주로 줄이고, 비용을 100만 파운드 이상 절감했다"고 설명했다.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이 교수는 "직원들이 AI 업무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목적만 좇는다면 거대한 기계의 나사처럼 돼 버려 업무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며 "AI에 의사결정을 떠넘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관리자들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에 의존하다 보면 창의적인 도전과 실패가 결여된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 가능성 부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후안 이반 마르틴 라타이스도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자체가 편향될 수 있다"며 "자신이 선진국에 사는지 개발도상국에 사는지, 관리직인지 아닌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등에 따라 AI의 영향을 다르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미겔 페로밍고 전 독일 노동사회부 선임 컨설턴트도 "유럽 각국이 공공고용서비스(PES)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반발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AI가 편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인간성을 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직원들이 AI에 매몰되지 않고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AI 모델 설계 시 불공정한 차별,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라타이스도 "일부만 AI의 혜택을 누리고, 다수는 피해보는 세상을 만들지 않도록 효율성과 포용성 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