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전 수출은 '100년 비즈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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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건설·운영 등 복합사업얼마 전 한국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필자는 2010년 UAE의 수도 아부다비 서쪽 약 270㎞ 지역에 있는 바라카 원전 공사 현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한국전력의 안내를 받아 방문했는데 자동차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55도라는 난생처음 느끼는 높은 대기 온도로 숨쉬기조차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공사 현장에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온의 고통을 인내하며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전문인력 육성에 더욱 힘써야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1970년대 중동 건설이 호황일 때 한국 근로자들이 중동에 많이 파견됐다. 당시 한국에서보다 2배 이상 월급을 받으니까 혹서 속에서도 묵묵히 일했겠지만 몸이 견뎌야 할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번 돈이 오늘날 경제 강국의 ‘종잣돈’이 됐다.UAE에 건설된 한국 원전은 주계약자인 한전을 중심으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전력 그룹사와 협력사가 각각의 역할을 분담해 유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원전 수출은 100년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고부가가치 사업인 원전 건설에서 돈을 번다. 그 이후에는 원전 운영 경험이 없는 UAE에 원전 가동 기술을 가르치며 운영 과정에서 또 돈을 번다. 원전은 평균수명이 60년 정도지만 부품을 교체하면 80년 정도는 연장 가동이 가능한 것이 세계적 추세다. 수명 연장 작업에서 돈을 벌고 언젠가는 원전을 폐쇄해야 하기에 해체하면서 또 큰돈을 번다. 특히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은 두께가 30㎝ 이상 되는 스테인리스 원통형 용기 안에 보관하며 영구 격리할 수 있는 땅도 찾아야 한다. 처분 과정에서까지 돈을 벌 수 있으니 말 그대로 ‘100년 비즈니스’라고 할 만하다.
한국의 원전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것은 오래전부터 관련 분야 인재를 육성했기 때문이다. 영어가 유창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문을 맡은 월터 시슬러 디트로이트전력회사 사장은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로를 공여하겠다고 하면 꼭 받으시라”고 이 전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풍부한 전력을 확보하려면 원전이 있어야 한다는 진솔한 조언이었다.시슬러 사장의 조언 덕에 지금은 원전 25기를 가동하며 철강회사, 석유화학회사, 자동차회사 등 전기가 많이 필요한 공장에 전기가 끊기는 일은 없다. 이제는 원전 수출 시대까지 열렸다. 한국의 원전은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수출 대상국과 합의한 준공날짜를 어김없이 지키는 원자력 신용국가가 됐다.
이처럼 원자력 강국이 되기까지 인재 육성을 위해 국력을 기울인 것도 한몫했다. 66년 전인 1958년 한양대에 최초로 원자력공학과가 생기고 1959년 서울대에 원자력학과가 만들어지면서 일찍부터 원자력 인재를 육성했다. 원자력 강국에 필요한 전기공학과, 기계공학과를 비롯해 연관된 기술 인력을 많이 육성했기에 그 인재들이 오늘의 원전 강국 대한민국이 이름을 떨치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 원전을 수출할 후보 국가가 늘어날 것이기에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인재가 모자라 원전을 수출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전략사업으로 원자력 분야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