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같은 길…'지역 1등 점포' 키운 정유경, 백화점 진두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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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이마트, 정유경의 백화점 '독자경영'올해 유통업계 임원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였다.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백화점 부문을 사실상 독자 경영해온 정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하지만 신세계그룹 인사권을 행사하는 이명희 총괄회장은 딸인 정 총괄사장에게 부회장이 아니라 ㈜신세계 회장직을 맡겼다. 백화점 부문에서 10여 년간 성과를 낸 경영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70년대생 첫 여성 회장 탄생
계열분리로 본업 경쟁력 강화
○지역 1등 백화점으로 경영능력 입증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유경 회장이 독자 경영하게 된 ㈜신세계의 자산총액은 작년 말 기준 약 19조원이다. 이마트(43조원)의 44% 수준이다. 재계 순위 27위 쿠팡(약 17조원)을 다소 웃돌아 26위가 된다.㈜신세계는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면서 면세점을 하는 신세계DF(면세),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 신세계까사(가구·인테리어), 신세계라이브쇼핑(T커머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향후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10%를 넘겨받으면 지분율은 28.56%까지 높아진다.
정 회장의 ‘파격 승진’은 그동안의 경영 성과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2015년 말 총괄사장에 오른 뒤 본격적으로 신세계백화점의 ‘지역 1번지 전략’을 주도했다. 백화점 점포가 13곳으로 경쟁사인 롯데백화점(31개), 현대백화점(16개)보다 적지만 압도적 규모의 지역별 점포와 명품 브랜드 유치로 경쟁력을 키웠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2017년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치고 국내 매출 1위 백화점으로 도약했다. 작년엔 국내 백화점 중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돌파했다. 거래액 3조원은 일본 도쿄 이세탄백화점,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 등 세계적인 백화점만 달성한 성과다.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인 부산 센텀시티점도 지역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거래액 2조원을 넘겼다. 2021년 문을 연 대전점 역시 이 지역 ‘터줏대감’ 갤러리아 타임월드를 제치고 중부권 최대 백화점으로 올라섰다. 각 지역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면서 2016년 약 2조9000억원에 불과하던 ㈜신세계 매출은 지난해 6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략적 치밀함 모친에게 배워”
신세계백화점의 성장에는 정 회장의 미(美)적 감각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2년생인 그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 이화여대 미대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나왔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패션 부문에서 국내 첫 편집숍 ‘분더샵’ 확장을 주도했다. 분더샵은 신세계 바이어가 직접 해외를 돌면서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매장이다. 패션 브랜드에 매장을 내주고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기존 백화점 사업모델과 다르다. 비슷한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업계에서 신세계백화점이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도 분더샵의 역할이 컸다.신세계백화점 곳곳에 미술작품이 많은 것도 정 회장의 경영 방침과 관련이 있다.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문화·예술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품성과 경영 스타일에서 어머니를 꼭 빼닮았다”며 “좀처럼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략적 치밀함도 경영자인 모친에게 배운 덕목”이라고 평가했다.
○계열분리로 완전한 독자경영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승진과 함께 계열분리를 공식 발표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 총괄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물려받아 경영한 것처럼 딸에게 그룹의 핵심 사업을 물려줘 완전한 독자 경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신세계그룹은 당초 2020년 무렵 계열분리를 공식화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급성장으로 본업인 오프라인 유통업의 실적이 악화되자 발표를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