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北 파병 요청, 푸틴의 약점 드러낸 것"

워싱턴DC서 양국 국방장관 한미안보협의회(SCM)
김용현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에서 열린 'SCM 공동기자회견'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 국방부 제공
김용현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이 참관단이나 전황분석단을 보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 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모니터링단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당연한 우리 군의 임무"라면서 "하지 않으면 잘못된 일이고 직무유기"라고 답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한국은 이라크전을 비롯해 그동안 주요 전쟁에 참관단을 보내서 전황을 파악하고 최신 기술동향을 연구해 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북한군이 참여한다"며 "이들의 동향을 분석해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드론 등 현대전쟁의 기술이 다수 이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수집해서 국가 안보에 활용하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모니터링단 파견이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파병'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해 "소규모 인원을 보내는 것은 장관이 알아서 판단하게 되어 있다"며 과거의 경우 1~2개월 기간 동안 15명 이하 인원을 보낸 적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원하는 첨단 기술 분야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전술핵, 원자력 추진 잠수함, 정찰 위성 등을 제시한 김 장관은 "러시아의 첨단 과학기술이 들어와서 북한의 수준을 높인다 해도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에서 열린 'SCM 공동기자회견'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 국방부 제공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을 요청한 점에 대해 "러시아가 병사들을 상당히 잃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국민을 모병하는 것은 군인을 많이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서 꺼릴 것이고 그래서 외국 군인을 데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오스틴 장관은 평가했다.

오스틴 장관은 또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런 일이 꼭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중단하면 된다. 전쟁을 시작한 것도, 끌어온 자도 푸틴 대통령이며 종전의 열쇠도 그가 지고 있다. 당장 종전하지 않는다면 손실이 발생할 것인데, 이는 피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두 장관은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한 목소리로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지난 7월 한미 국방당국이 개최한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된 만큼,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두 장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대목이 빠져 눈길을 끌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SCM 성명서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됐으나 9년 만에 관련 내용이 빠진 것이다. 지난해 SCM 성명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대화와 외교를 추구하는 노력을 위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올해 성명에는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조율해 나가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실적인 달성 가능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