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기 최대매출'에도 눈높이 못미쳤다…반도체 영업익 3조원대 그쳐

매출·영업이익 모두 전망치 하회
4분기 반도체 사업 성장폭 '제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시장 눈높이엔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증권가에선 80조원대 매출과 10조원대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지만 매출과 영업익 모두 이를 밑돌았다. 핵심인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3조원대 영업이익에 그친 게 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9조9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77.32% 증가한 9조1834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DS 부문 영업익 3조8600억원…HBM 등 판매 확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올렸다. 메모리 사업의 경우 인공지능(AI)·서버용 수요에 대응해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서버용 솔리드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HBM, DDR5, 서버용 SSD 모두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직전 분기 대비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달러 약세에 따른 환영향 등으로 이익이 감소했다.

시스템LSI는 매출 극대화·재고 최소화로 매출이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 증가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SoC(System on Chip)는 플래그십 제품의 신규 고객사 확보로 판매량이 증가했다.파운드리는 모바일·PC 수요 회복이 기대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직전 분기보다 실적이 나빴다. 하지만 5나노 이하 첨단 노드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달성했고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PDK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가 진행 중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앞서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까지 냈던 DS부문은 일회성 비용 반영 규모가 1조원대로 추정되고,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적자 폭이 1조원대임을 감안하면 메모리 부문은 시장의 우려보단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DX 부문 영업익 3조3700억원…플래그십 제품 판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매출 44조99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신제품 출시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펙이 향상되면서 재료비가 인상됐지만 플래그십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이 확대돼 두 자릿수 가까운 이익률을 기록했다.

네트워크는 사업자 투자 축소, 비수기 영향 등이 맞물려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네오 QLED △OLED △대형 TV 등 전략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서비스 사업 매출을 확대해 전년 동기와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익 모두 증가했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하만은 매출 3조5300억원, 영업이익 3600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구조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디스플레이(SDC)에선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대응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대형의 경우 TV와 모니터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다.

3분기 환영향은 달러·주요 신흥국 통화 대비 원화 강세로, 달러 거래비중이 큰 부품 사업 중심으로 직전 분기보다 전사 영업이익에 약 5000원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했다.

4분기 반도체 성장폭 제한…DX, 프리미엄 판매 주력

올 4분기엔 반도체 부문 성장에도 세트 사업 약세가 겹쳐 성장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DS부문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하고 DX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메모리는 서버 수요 강세가 유지되고 모바일은 일부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방침. D램의 경우 HBM 판매를 확대하고 서버용 DDR5는 1b 나노 전환 가속화를 통해 32기가비트(Gb) DDR5 기반 고용량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주요 응용처 시황 반등이 지연되면서 고객 수요 약세가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응용처를 확대해 실적 개선에 나서고 2나노 GAA 양산성 확보 등에 힘쓸 계획이다.

MX는 연말 성수기에 대응해 갤럭시Z폴드6·플립6, 갤럭시S24 시리즈 등 AI 스마트폰 판매를 이어가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플래그십 매출 신장에 힘 쏟는다. 태블릿과 웨어러블도 성능을 대폭 강화한 프리미엄 신제품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VD는 연말 성수기 영향으로 TV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주요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대형·라이프스타일 TV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AI 제품 글로벌 판매 확대를 통해 AI 가전 시장을 선점하고 시스템 에어컨 판매를 늘린다.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 수요가 지속되고 IT·전장 제품의 판매 증가가 예상되지만 패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직전 분기보다 실적 개선 여부는 보수적으로 전망된다. 대형의 경우 생산 효율 향상으로 주요 고객사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해 매출을 확대하고 2025년 신제품 수요에 적기 대응할 방침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