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 임시주총 완승

배우 이정재/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이정재,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아티스트유나이티드(옛 와이더플래닛, 이하 아티스트)와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의 갈등이 이정재의 승으로 마무리된 분위기다.

래몽래인은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밸런스빌딩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했다. 이정재와 아티스트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평이다. 이정재가 지난해 대주주가 된 아티스트는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마케팅 플랫폼 개발 기업이다. 이정재의 투자 소식이 알려진 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 10배 이상 급등했다.

KBS 2TV '성균관 스캔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tvN '마에스트라' 등을 제작한 래몽래인은 올해 3월 290억원을 조달하고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후 아티스트가 최대주주가 됐다.

올해 6월말 반기보고서 기준 래몽래인 지분은 아티스트가 18.44%로 가장 많고, 이정재도 5.12%를 보유해 총 23.56%다. 김 대표가 13.41%, 윤희경 부사장이 0.51%로 두 사람이 13.92%를 보유했다.하지만 아티스트가 올해 4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물로 나온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인수전에 뛰어들자, 김 대표는 반발했고 "유상증자를 무효로 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초록뱀미디어 인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 대표 측은 아티스트가 래몽래인의 제작 역량을 키우겠다는 약속을 외면하고 래몽래인의 현금자산을 동원해 다른 기업 인수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티스트 측은 "김 대표는 애초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매각하고 스스로 회사를 떠날 결정을 하여 아티스트에 인수를 요청했다"며 "아티스트는 래몽래인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지만, 드라마 제작사로서 잠재력을 보고 고심 끝에 인수를 결정하였고, 양사는 인수조건에 합의가 이뤄져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아티스트 측이 대표를 비롯한 이사진을 교체하겠다며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김 대표 측은 이를 거부했고,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 등 법정 공방이 이뤄졌다. 아티스트가 래몽래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및 허용 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재판부에서 "김 대표가 각 안건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 아티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아티스트 측에 5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덧붙였다.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 상정된 의안은 크게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의 건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관 변경 안건은 이사의 수 변경, 상호 변경, 사업목적 추가, 공고방법 변경, 전환사채 발행한도 확대의 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 확대의 건, 교환사채 발행한도 확대의 건,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 조항 수정의 건으로 나뉘는데, 이중 이사의 수 변경 안건을 제외하면 모두 투자자인 이정재 및 아티스트에서 상정한 안건으로 확인된다.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8인 이하로 제한하게끔 상정한 안건은 김동래 대표이사가 투자자측 신규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추가로 올린 안건으로 확인되나, 금일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의 수 변경 안건은 부결, 나머지 정관 변경안은 모두 가결되었다.제2호 의안인 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이정재, 정우성, 이태성, 박혜경 등 이정재와 아티스트 측 주요 인사들이 모두 선임 가결되었으며 김동래 측에서 추가로 올린 김동래 재선임 안건과 김기열 선임 안건은 자진 철회로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에서 투자자인 이정재와 아티스트의 모든 안건은 가결되고, 기존 대표이사인 김동래와 현 이사진에서 올린 모든 안건은 부결됨으로써 래몽래인 주주들이 누구를 경영진으로 원하는지 '표심'이 여실히 확인된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이정재를 비롯한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 주요인사들이 이사회에 선임되면서 래몽래인은 경영 안정화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2개년 영업 연도의 적자폭이 적지 않았던 만큼 경영 효율화에 최선을 다해 실적 개선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아티스트스튜디오'로 변경한 만큼 '재벌집 막내아들' 등의 킬러 콘텐츠를 제작한 역량과 이정재, 정우성 등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의 시너지로 더욱 강력한 성장동력이 기대된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각각 영화 '헌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등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거나 제작자로서 참여한 만큼 코스닥 상장 제작사를 인수한 이들의 다음 스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아티스트 측 관계자는 "아티스트스튜디오는 글로벌 시장을 겨낭한 영화, TV 시리즈 등 영상콘텐츠 제작에 힘쓸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다양한 콘텐츠를 창출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