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도 말리네요"…신혼여행 앞두고 예비 신부 '골머리'

자유여행 익숙한 MZ세대 신혼여행도 개별로 떠나
비용 절감 등 합리적이라는 이유
여행경험, 풍부한 여행 정보도 자유여행 수요 높여
업계, 만족도 높일 수 있는 상품 개발 나서
신혼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꼭 여행사를 통해야만 할까요?"

30대 예비 신부 김모 씨는 내년 가을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 준비로 고민 중이다. 평소 자유여행을 선호하지만 허니문은 여행사에서 예약해야 편하고 만족도가 높다는 지인들 조언 때문이다. 김 씨는 "출장과 휴가 등 해외를 다녀온 경험이 많아 신혼여행도 자유여행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 결혼한 친구들이 일반 여행과는 준비 과정부터 다르다며 여행사를 추천해 고민만 커졌다"고 털어놨다.여행사 패키지 상품 대신 개별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여행 트렌드가 신혼여행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일정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는 데다 패키지 상품의 단점으로 꼽히는 '쇼핑, 팁, 옵션' 등이 없어 불필요한 경비를 아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여행업계는 특화 상품 출시로 바뀌는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통계청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혼인 건수는 14만6403건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주로 30대 초반에서 혼인이 늘었는데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보다 자유여행에 익숙한 세대다. 항공 숙박은 개인이 직접 예약해 떠나고, 현지에선 교통과 액티비티 등도 플랫폼을 통해 바로 이용할 정도다. 이 때문에 신혼여행도 자유여행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여러 여행사에서 상담만 받고 맘에 드는 일정을 골라 직접 예약해 떠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이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첫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도 다른 세대에 비해 낮아 자유여행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신혼여행도 발리, 푸껫 등 인기 여행지 대신 단거리 휴양지를 찾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자유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 예약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통적인 신혼여행지를 대체한 여행지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 꼽힌다. 글로벌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응답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신혼여행지를 더 저렴한 여행지로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평균 절감 비용은 32%다. 그동안 신혼여행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평소 가기 어려운 장거리 지역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비용 절감만 가능하다면 대체 여행지를 찾는 셈이다. 특히 한국인 여행 수요가 많은 단거리 지역은 평소에도 자유여행 수요가 월등히 높고, 장거리 지역은 언어 장벽이 큰 지역을 제외하곤 자유여행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허니문 여행은 여행사 상품 이용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계획한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면 여행지를 알아보고 예약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개인보다 여행사를 통한 대응이 편리하고, 신혼부부 맞춤형 업그레이드 혜택이 일반 패키지, 자유여행에선 누릴 수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결혼 준비 당시 남편과 휴일이 맞지 않아 여행지 고르기 어려워 여행사에 상담을 받았다"며 "객실 업그레이드와 VIP 샌딩 서비스 등 신혼부부에게 딱 맞는 서비스 제공으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한 설문 조사에서 신혼 여행객 상당수가 숙소에서 가장 받고 싶은 혜택으로 '호텔 스파 또는 마사지 서비스', '좋은 전망 또는 등급의 객실로 업그레이드'를 꼽았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플로팅 조식이나 이브닝 칵테일과 같이 호텔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다이닝 경험 등 여유롭고 호화로운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패키지에 자유 일정이 포함된 상품과 노팁, 노옵션 등 프리미엄 상품 강화 등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 대응을 위한 상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허니문을 비롯해 젊은 층의 여행 선호도가 자유여행에 집중되는 만큼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특화 상품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