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U+, 정부에 '배상금' 내는 이유…"들러리 세워 166억 정부사업 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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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정부에 12억 배상" 판결LG유플러스가 자회사를 들러리로 세우고 경쟁사를 회유해 166억원 규모의 정부 사업을 따냈다가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게 됐다. 법원은 LG유플러스 등의 부정행위로 더 비싼 계약금을 혈세로 물게 된 정부에 관련 기업들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정부 사업 따내려 자회사 들러리 세워
SKB엔 "다른 정부사업 돕겠다" 회유도
공정위, LG유플러스 등 과징금 처분
정부, 과징금과 별도로 '손배소 제기'
1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재판장 정찬우)는 정부가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미디어로그·스탠다드네트웍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지난달 24일 이들 기업이 정부에 약 12억7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LG유플러스가 따내려던 정부 사업은 행정기관이 민원인 등에 발송하는 모바일 메시지 전송 서비스다. 2014년 당시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소속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이 서비스를 수행할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유력한 경쟁상대였던 SK브로드밴드를 회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SK브로드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일정 매출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 다만 매출액에 관한 구체적 금액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실제로 대가를 지급하진 않았다.
이어 LG유플러스는 자회사 미디어로그에 '들러리'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미디어로그는 LG유플러스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했다. 이 사업은 결국 계약금 51억원에 LG유플러스가 따냈다.사업기간이 만료되는 2017년에도 같은 일이 재연됐다. LG유플러스는 또 다시 SK브로드밴드가 사업자 재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SK브로드밴드가 고용노동부 망분리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돕기로 합의했다.
LG유플러스는 이어 자사 망을 빌려 사업을 영위하는 스탠다드네트웍스에 들러리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디어로그가 2015년 이후 더 문자메시지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스탠다드네트웍스는 LG유플러스보다 높은 금액(120억원)을 써냈다. 사업은 115억원을 써낸 LG유플러스가 맡게 됐다.
LG유플러스의 물밑 작업은 결국 덜미가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G유플러스에 6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브로드밴드는 3억1000만원, 미디어로그와 스탠다드네트웍스는 각각 9100만원·2억62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법은 입찰을 할 때 입찰가격 등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정상적으로 입찰이 이뤄졌다면 더 적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면서 이들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정부가 청구한 배상액은 약 16억원이다.
법원은 이 중 약 12억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 기업은 당초 입찰의 기초가 되는 예비가격 기초금액을 제공받아 그 적정성에 관해 나름대로 검토를 거친 후 입찰에 참여했다. 공동행위를 통해 가격경쟁을 제한하고 일정한 낙찰가 상승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손해액은 감정 결과에 따라 2014년의 경우 약 5억원, 2017년의 경우 약 11억원으로 봐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손해액을 통계적 추정 방식으로 산출한 데다 입찰 가능한 사업자가 제한돼 있던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한정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항소 여부에 대해 "판결문을 보고 이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업계에선 사업권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당시 따낸 사업권이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함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