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권 위해 세 불리는 오세훈…송주범·조인동 등 속속 복귀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서울시 예산안을 설명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 서울시정에 대해 조언해주는 '시정 고문' 조직을 꾸려 인재 영입에 나선 것. 마찬가지로 대권을 꿈꿨던 박원순 전 시장 역시 비슷한 조직을 운영했지만 오 시장은 주로 전직 시 고위 관료를 기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과거 서울시 공무원을 중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향후 대선을 향한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계’ 누구인가

31일 이민옥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송주범 국민의힘 지방자치위원장과 조인동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시정 고문으로 추가 영입됐다. 지난 7월 창립 멤버로 위촉된 14명에 더해 총 16명으로 늘었다. 오 시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그를 보좌했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을 포함해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김의승 전 행정1부시장, 류훈 전 행정2부시장도 이름을 올렸다.사실 고문단은 박원순 전 시장 때 처음 만들어졌다. 명목상으로는 서울시 행정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문기구였으나 사실상 '박원순 대권 캠프'의 전단계라는 평이 적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의 마지막 임기인 민선 7기 시정 고문단의 주요 구성원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전 장관, 지은희 전 복지부 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에서 요직을 지낸 이들이 다수였다. 노 대통령 탄핵 심판 때 변호를 맡은 최병모 변호사 등도 참여했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이들과 식사하면서 광화문광장 조성, 서울사회서비스원 등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안에 관해 토론했다.

오 시장의 시정 고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고문 16명 중 절반은 정무 감각이 있으면서도 시 행정을 다소나마 경험했다는 특징이 있다. 오 시장 재직기간 임명한 전직 서울시 인사는 송주범 전 정무부시장, 류훈 전 행정2부시장,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 김의승 전 행정1부시장, 조인동 전 행정1부시장, 오신환 전 정무부시장,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 등이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오세훈 1기 때 서울시의원을 거쳐 시민소통기획관으로 일했다.


오세훈 캠프, 의정 갈등 대응 논의


고문단이 분기별로 한자리에 모였던 박 전 시장 때와는 달리 오 시장의 멘토단은 개별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자문 의견을 준 고문은 총 4명이다. 한강버스,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독도조형물 철거, 의정 갈등 등 국정 이슈 대응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A고문은 “(한강버스가) 과거에도 시도된 적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새로움이나 시급함이 중요한 이슈라기보다는 잘 정비되고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초기에 흥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처음 발표 당시 국수주의라는 비판받았던 광화문광장 대형 태극기 게양대 조성 사업에 대해서도 B고문은 “당초 사업 계획에 스토리를 가미해 시민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벤치마킹한 미국 워싱턴DC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 기념비는 전쟁 참전 중 다친 얀 스크럭스 등이 설립한 비영리 자선단체의 기금으로 설립했고, 여기에다 미국 시민 누구나 기념관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21세 예일대 학생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더해졌다”고 강조했다.의정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것을 두고 서울시장으로서의 행보를 조언하는 대목도 있다. C고문은 서울시가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 파행 장기화로 인해 시민들이 겪을 수 있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비상 대응조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여의도와도 거리 좁혀

지난 7월 서울시의 하반기 인사에서 정무라인을 교체한 것을 두고도 여의도와 거리를 좁히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민선 7·8기 통틀어 다섯번째 정무부시장으로 기용했다.

여당 중진들과의 접점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출장으로 불참)과 한 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당 위기 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논의한 뒤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주말(26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45기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다만 야권에선 오 시장이 벌써부터 대선 준비에 나선 데 대해 내심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민옥 의원은 "시정 고문이 주로 시 내부 인력으로 채워지면서 오 시장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운영 현황을 체크해볼 것"이라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