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뷰 수영장…문 열면 공항 터미널 1960년대로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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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재벌 하워드 휴즈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터미널 주문
TWA비행센터 탄생
호텔로 변신한 JFK터미널
1960년대 레트로 감성에
영화 '캐치 미…' 배경 되기도
루프톱 인피니티 풀 '압권'
‘20세기 최고’ 공항 터미널이 호텔로
17년간 과거의 건축 유산 정도로 남아있던 이 건물은 2019년 ‘TWA호텔’로 다시 태어났다. 메인 터미널은 호텔 로비와 바, 카페, 매점 등이 있는 거대한 아트리움으로 변신했다. 과거 메인 터미널 양쪽에 있던 탑승동 자리에는 두 개의 7층짜리 호텔동이 새로 건설됐다. 터미널과 탑승동을 연결하던 붉은 카펫이 깔린 곡선형의 긴 복도 ‘튜브’는 로비에서 객실로 가는 통로로 탈바꿈했다. 바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칼(톰 행크스)이 FBI로부터 도망쳐 조종사복을 입고 비행기로 향하던 프랭크(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쫓아가던 그 복도다.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로비
호텔의 백미는 정면 거대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코니’다. 코니는 TWA항공이 사용한 1958년형 록히드 컨스텔레이션 프로펠러 여객기다. 스텝카를 통해 과거 영화에서나 보던 코니에 오르면 비행기를 개조한 특별한 칵테일바가 나타난다. 승무원 대신 바텐더가, 비행기 좌석 대신 레트로 감성의 붉은 소파가 있다. 작은 비행기 창문 밖으로는 완공을 1년 앞두고 세상을 떠난 사리넨의 역작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렇다고 객실까지 1960년대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9년 새로 지어진 호텔동은 현대적인 실용성에 방점을 맞췄다. 객실의 유리 통창 밖으로는 JFK공항의 제4터미널과 제5터미널에 주기된 비행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비행기 소음은 거의 나지 않는다. 유리가 비행기의 제트 엔진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4.5인치 두께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탁자는 주로 침대 옆 혹은 맞은 편에 있는 일반적인 호텔과 달리 바 형태로 침대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덕분에 탁자 앞에 앉아서도 거대한 비행기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JFK공항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루프톱에서 활주로 보며 수영
TWA호텔은 언뜻 테마파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객실에는 TWA의 로고가 그려졌고 상징색인 빨간색의 연필과 노트가 비치돼 있다. 메인 터미널이었던 로비동에는 TWA항공 승무원 의상을 전시하는 공간은 물론 TWA 굿즈를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있다. 하지만 테마파크 느낌 역시 과거 사리넨의 본래 설계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시 사리넨은 TWA비행센터가 단순한 공항터미널을 넘어 TWA라는 기업의 브랜드를 전시하는 공간이 되길 희망하는 휴즈의 바람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멀리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던 탑승구는 호텔 객실로, 수하물을 찾던 자리는 호텔 로비로 바뀌었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던 환상을 팔던 공간은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향수를 파는 공간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뉴욕=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