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비즈니즈, 가격은 이코노미… KLM 프리미엄 컴포트 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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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네 자리가 우리 비행기에서 가장 좋은 자리야. 이 시간을 즐겨!"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KLM 비행기. 자리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는데, 뜻밖의 축하가 날아들었다. 자리마다 탑승 환영 인사를 건네던 스튜어디스로부터였다.뜻밖의 경품에 당첨된 것처럼 얼떨떨했다. 기자의 자리는 일등석도, 비즈니스석도 아닌 프리미엄 컴포트 클래스였기 때문.
프리미엄 컴포트 석은 KLM에만 있는 특별한 클래스다.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한 단계 위의 클래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장거리 비행에서 조금 더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좌석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일주일간의 출장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으나, 귀국하자마자 또 다른 일정이 빽빽이 잡혀있는 터였다. 여독이라도 조금 덜어보고자 '나를 위한 선물'로 고른 좌석이다.프리미엄 컴포트 석에 눈이 간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가격이다. 11월 현재 기준, 인천-암스테르담 노선의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요금은 각각 71만 원, 465만 원선. 프리미엄 컴포트석의 요금은 193만 원선이다.비즈니스 클래스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5배를 훌쩍 넘어 엄두도 내기 힘들지만,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프리미엄 컴포트석의 가격은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즈니스 클래스에 가까운 서비스가 따라온다니. 이런 점을 고려하면, 승무원의 '가장 좋은 좌석'이라는 의미는 아마 '최고의 갓성비'를 의미하는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리미엄 컴포트 승객의 특권(?)에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두 배에 달하는 넉넉한 수하물과 우선 탑승이 포함된다. 여유로이 기내에 들어선 다음 가장 처음 받은 인상은 '널찍하다'는 것. 좌석은 2-4-2 배치로 한 줄에 8석을 배치했다. 3-3-3 배치로 한 줄에 9석을 배치한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한 자리를 줄인 것이다. 그만큼 승객 한 명이 누리는 여유 공간이 넓어진 셈이다.편안함의 이유를 찾으려면 숫자를 좀 봐야 한다. 프리미엄 컴포트 클래스의 다리 공간은 97cm, 등받이 기울기는 20cm다. 이코노미 클래스(다리 공간 79cm, 등받이 기울기 12.5cm)와 비교하면 확실히 넓고, 깊다. '겨우 몇 cm'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에서는 한 뼘의 차이가 천지 차이를 만든다.좌석의 안락함도 남달랐다. 소파에 앉은 듯, 푹신하게 몸을 파묻을 수 있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자세가 불편해 자다가도 뒤척이는 일이 많았는데, 몇 시간을 깨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한층 더 안락함을 선사하는 것은 전용 공간. 프리미엄 컴포트 석 공간은 비즈니스·이코노미 클래스와 구분된 독립 공간에 위치해 한층 아늑하게 느껴진다. 이코노미석에 앉을 때는 비즈니스석의 굳게 내린 커튼이 어쩐지 치사하게 느껴졌는데, 사람의 간사함이란….서비스는 비즈니스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승무원이 자리마다 건네는 환영 인사부터가 그랬다. 이들은 승객과 좌석에 맞춰 친절한 안내를 곁들였다. 기자에게는 "기내에 한국인 승무원도 있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고 덧붙였다.자리에 놓인 선물도 설렘을 더한다. 칫솔과 치약 등이 담긴 어메니티다. 담요는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제품이라는데, 두터우면서 포근했다. 덕분에 기내에서 감도는 냉랭한 공기를 느낄 틈이 없었다.백미는 단연 헤드폰. 프리미엄 컴포트 클래스부터는 이어폰이 아니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제공된다. 개인적으로 소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영화를 보지 않을 때도 늘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다. 그러나 뻣뻣한 플라스틱 소재라 소음을 차단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착용한 부분이 배겨 통증이 생기곤 했다.
그러나 헤드폰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덕분에 고요한 비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귀를 완전히 감싸는 천 소재라는 것도 장점. 비행 내내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자국이 나거나 아프지 않아 푹 잠들 수 있었다.또 다른 즐거움은 기내식. 승무원으로부터 출발 전 프리미엄 컴포트 전용 메뉴판을 건네받았다. 메인 요리로는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하는데, 이 중 한 가지와 애피타이저, 사이드 디쉬, 디저트를 함께 내놓는다.
이날의 메인 디쉬로는 비건 치즈 라비올리, 아시안 치킨 샐러드, 소고기찜과 감자 요리가 제공됐다. 기자의 선택은 소고기찜. 이와 함께 풀드포크를 곁들인 콜슬로우, 2종의 치즈와 포도, 체리 치즈케이크까지 한 상을 늘어놓으니 그야말로 하늘 위의 정찬이 따로 없었다.'술쟁이'라면 음료 섹션을 보고 환호할지도. 와인은 스파클링·화이트·레드와인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위스키·리큐어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
KLM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술을 찾는다면 칵테일을 주문할 것. 볼스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네덜란드 리큐어 볼스(BOLS)로 만든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여기에 무알코올 맥주까지 갖춰두었으니 건강을 챙기면서 기분 낼 수도 있다.최근 들어 항공사마다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석 사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마련하는 추세다. 직접 탑승해보니 KLM의 프리미엄 컴포트는 단연 돋보였다. 비즈니스보다는 부담 없고, 이코노미보다는 안락한 '한 뼘'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KLM 비행기. 자리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는데, 뜻밖의 축하가 날아들었다. 자리마다 탑승 환영 인사를 건네던 스튜어디스로부터였다.뜻밖의 경품에 당첨된 것처럼 얼떨떨했다. 기자의 자리는 일등석도, 비즈니스석도 아닌 프리미엄 컴포트 클래스였기 때문.
프리미엄 컴포트 석은 KLM에만 있는 특별한 클래스다.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한 단계 위의 클래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장거리 비행에서 조금 더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좌석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일주일간의 출장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으나, 귀국하자마자 또 다른 일정이 빽빽이 잡혀있는 터였다. 여독이라도 조금 덜어보고자 '나를 위한 선물'로 고른 좌석이다.프리미엄 컴포트 석에 눈이 간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가격이다. 11월 현재 기준, 인천-암스테르담 노선의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요금은 각각 71만 원, 465만 원선. 프리미엄 컴포트석의 요금은 193만 원선이다.비즈니스 클래스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5배를 훌쩍 넘어 엄두도 내기 힘들지만,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프리미엄 컴포트석의 가격은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즈니스 클래스에 가까운 서비스가 따라온다니. 이런 점을 고려하면, 승무원의 '가장 좋은 좌석'이라는 의미는 아마 '최고의 갓성비'를 의미하는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리미엄 컴포트 승객의 특권(?)에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두 배에 달하는 넉넉한 수하물과 우선 탑승이 포함된다. 여유로이 기내에 들어선 다음 가장 처음 받은 인상은 '널찍하다'는 것. 좌석은 2-4-2 배치로 한 줄에 8석을 배치했다. 3-3-3 배치로 한 줄에 9석을 배치한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한 자리를 줄인 것이다. 그만큼 승객 한 명이 누리는 여유 공간이 넓어진 셈이다.편안함의 이유를 찾으려면 숫자를 좀 봐야 한다. 프리미엄 컴포트 클래스의 다리 공간은 97cm, 등받이 기울기는 20cm다. 이코노미 클래스(다리 공간 79cm, 등받이 기울기 12.5cm)와 비교하면 확실히 넓고, 깊다. '겨우 몇 cm'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에서는 한 뼘의 차이가 천지 차이를 만든다.좌석의 안락함도 남달랐다. 소파에 앉은 듯, 푹신하게 몸을 파묻을 수 있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자세가 불편해 자다가도 뒤척이는 일이 많았는데, 몇 시간을 깨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한층 더 안락함을 선사하는 것은 전용 공간. 프리미엄 컴포트 석 공간은 비즈니스·이코노미 클래스와 구분된 독립 공간에 위치해 한층 아늑하게 느껴진다. 이코노미석에 앉을 때는 비즈니스석의 굳게 내린 커튼이 어쩐지 치사하게 느껴졌는데, 사람의 간사함이란….서비스는 비즈니스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승무원이 자리마다 건네는 환영 인사부터가 그랬다. 이들은 승객과 좌석에 맞춰 친절한 안내를 곁들였다. 기자에게는 "기내에 한국인 승무원도 있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고 덧붙였다.자리에 놓인 선물도 설렘을 더한다. 칫솔과 치약 등이 담긴 어메니티다. 담요는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제품이라는데, 두터우면서 포근했다. 덕분에 기내에서 감도는 냉랭한 공기를 느낄 틈이 없었다.백미는 단연 헤드폰. 프리미엄 컴포트 클래스부터는 이어폰이 아니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제공된다. 개인적으로 소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영화를 보지 않을 때도 늘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다. 그러나 뻣뻣한 플라스틱 소재라 소음을 차단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착용한 부분이 배겨 통증이 생기곤 했다.
그러나 헤드폰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덕분에 고요한 비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귀를 완전히 감싸는 천 소재라는 것도 장점. 비행 내내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자국이 나거나 아프지 않아 푹 잠들 수 있었다.또 다른 즐거움은 기내식. 승무원으로부터 출발 전 프리미엄 컴포트 전용 메뉴판을 건네받았다. 메인 요리로는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하는데, 이 중 한 가지와 애피타이저, 사이드 디쉬, 디저트를 함께 내놓는다.
이날의 메인 디쉬로는 비건 치즈 라비올리, 아시안 치킨 샐러드, 소고기찜과 감자 요리가 제공됐다. 기자의 선택은 소고기찜. 이와 함께 풀드포크를 곁들인 콜슬로우, 2종의 치즈와 포도, 체리 치즈케이크까지 한 상을 늘어놓으니 그야말로 하늘 위의 정찬이 따로 없었다.'술쟁이'라면 음료 섹션을 보고 환호할지도. 와인은 스파클링·화이트·레드와인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위스키·리큐어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
KLM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술을 찾는다면 칵테일을 주문할 것. 볼스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네덜란드 리큐어 볼스(BOLS)로 만든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여기에 무알코올 맥주까지 갖춰두었으니 건강을 챙기면서 기분 낼 수도 있다.최근 들어 항공사마다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석 사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마련하는 추세다. 직접 탑승해보니 KLM의 프리미엄 컴포트는 단연 돋보였다. 비즈니스보다는 부담 없고, 이코노미보다는 안락한 '한 뼘'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