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美 대선의 해에 강화되는 연말 랠리…한국도 상승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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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이사

미국은 대선 전 의외의 상승

미국 자본 시장의 안정은 대선 전에도 지속되고 있다. 통계적으로 증시는 미 대선 전 2개월간 특정 후보로 지지가 편중되지 않는 경우 약세를 보였다. 대선이 없는 해에도 9월은 가장 저조한 달이고 10월도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미 증시는 올 9월에 5년 만에 올랐고 10월에도 상승했는데, 특히 나스닥이 3%씩 올랐다. 금리 인하 이후 숨 고르기를 거친 빅테크 주식들이 특히 많이 상승했다. 미국은 침체 우려와 달리 경기가 정상화되고 있고 방어적인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 중국, 신흥국도 통화 및 재정 정책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활성화에는 시간 지연 효과가 있지만 주식 시장의 선행성으로 미래가 미리 반영됐고, 향후에도 약 1년 정도는 충분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높은 밸류에이션과 지난 2개월간의 상승에서 비롯된 적당한 수준의 경계심은 필수지만 연말로 갈수록 상승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삼성전자와 트럼프에 휘둘리는 한국 증시

7월 이후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17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물량 대부분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HBM3E 엔비디아 납품이 내년 초에 시작될 예정이지만, 하이닉스가 채우지 못하는 부족분을 보충하는 수준이다. 결국은 내년 말 차세대 제품인 HBM4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내년에도 충분한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미 대선이 한 달 만에 해리스 우세에서 트럼프 오차 범위 우세로 전환되면서 공산품 관세에 대한 우려가 한국과 중국 시장에 미리 반영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 공세가 추가되고 있다. 여전히 미 대선에 대한 결과 예측이 오리무중이고 트럼프가 당선돼도 관세의 실질 부과에는 복잡한 정치적 절차와 시간 지연이 예상된다.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도 충분히 이루어진 상황이다. 미 대선 전까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확정돼도 상황 종료로 외국인의 매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내년 한국 기업들의 증익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증익이 예상된다.

1년 더 지속될 강세장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PER, PBR, CAPE(인플레이션 조정 10년 PER), Buffett 지수(시총/GDP) 중 어떤 지표로 살펴봐도 역사상 상위 5% 이내의 비싼 국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향후 1년간 10% 이상 상승할 수 있는데, 근거는 경제 성장과 이익 그리고 장기 통계이다. 미국 FactSet 자료에 의하면, 10월 초까지 최근 1년 동안 미국 S&P500지수는 33% 상승했고 강세장이 시작된 2022년 10월 초 이후 2년 동안 60% 이상 상승했다. 최근 100년 동안 이런 조건을 갖춘 경우가 21차례였고 이후 1년 평균 상승률은 13.4%였는데 이는 100년 평균 수익률인 8.3%와 비교된다. 높은 밸류에이션은 5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과는 역의 상관관계를 유지하지만, 단기인 1년 수익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투자 심리가 장기적으로 한 방향으로 설정되면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한국 수출 호조 예상

미 국채 10년 물 금리가 4.25%로 상승했는데 이는 경제 지표 호조와 예상되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지속에 대한 우려로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또 법인세를 인하하면 재정 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증가해서 채권 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 반면 유럽, 중국, 신흥 국가들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있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153엔에 이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연초 예상한 연말 기준 컨센서스인 1200원 대와 달리 1400원을 향하고 있고, 이는 지속적으로 강한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미국 관련 모든 것의 강세 현상과 맞아떨어진다. 실제 미 연준 금리가 장기적으로 3% 이상에서 움직인다면 달러의 상대적 강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일본 엔화와 신흥국 통화의 추가 절하를 걱정해야 하는 국면이다. 그럼에도 원화 절하는 속도가 급하지 않다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와 증시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주가

미 연준의 내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달성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유가 하락으로 헤드라인 물가는 안정세를 보일 수 있어도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지수를 제외한 핵심 물가는 주거비, 보험료, 의료비와 서비스 비용의 상승으로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후 풀린 4.5조 달러의 유동성 공급은 소비를 증가시켰고 근로자들이 늦게 직장으로 복귀하면서 임금 상승이 장기화했다.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국채 발행으로 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결국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의 동시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컨퍼런스보드와 미시간 대가 각각 실시한 서베이에 의하면 핵심 인플레이션의 1년 후 예상치는 놀랍게도 연준의 목표치인 2%가 아닌 3%에 근접한다. 그럼에도 속도가 완만하다면 다소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이 수반되는 경우 주가에 부정적이지 않다.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인 1983년부터 2007년까지 25년 동안 평균 인플레이션은 3%였지만 연평균 S&P500 수익률은 13.7%이었다. 최근 2년도 평균 인플레이션 3%에 연평균 주가 수익률이 20% 이상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경기와 기업 이익이고 이를 주가에 투영하는 주체는 유동성이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대 하드웨어

DataTrek 리서치에 의하면 최근 100영업일 동안 뱅가드 반도체 하드웨어 지수가 1% 하락한 반면, 소프트웨어 지수는 15% 상승했다. 두 지수의 차이가 16%P 이상 상승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다. 2010년 이후 통계를 살펴보면 100영업일 기준으로 오히려 하드웨어 지수가 소프트웨어 지수를 평균 2.3%포인트 웃돌았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가 너무 급히 상승했고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수익을 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랜 기간 크게 역전한 기간은 전체 기간의 약 1%에 해당하고 이제부터는 역전 현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이다. 국내의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그동안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무르익고 있다. AMD의 리사 수 CEO가 최근의 IR에서 발표했듯이 내년에는 PC 판매가 약 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PC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10에 대한 지원이 내년에 종료된다. 마찬가지로 애플 AI 스마트폰이 11월부터 판매되고 지연된 수요로 인해 스마트폰 판매도 내년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AI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높은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월 시장 전망

최근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이 예상을 초과하고 있지만 다음 분기에 대한 보수적인 가이던스로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고 소폭 하락세를 보인다. 최근 빠르게 상승한 주가에 대한 속도 조절인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은 모두 이번 주 실적 발표 IR에서 고객들의 클라우드와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매우 강해서 추가 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결국 향후 수년간 클라우드 및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이어서 관련 매출 이익이 모두 증가하는 선순환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견된다.

누가 이기든 미 대선이 종료되면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증시는 상승할 수 있다. 한국도 대선 승리자가 예상대로 트럼프로 확정돼 관세 인상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해도 마찬가지로 이미 하락한 주가를 저점으로 상승할 수 있다. 실제 관세 인상은 먼훗날의 일이고 그 전에 강한 경기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계절적인 요인도 긍정적이다. 1928년 이후 100년간 10월 27일부터 연말까지 평균 5.2% 상승했고 대선이 있는 해에는 같은 기간 동안 6.3% 상승했다. 물론 높은 밸류에이션과 새 대통령의 변칙 행보 등으로 일시적인 조정은 배제할 수 없고 미리 상승한 점을 고려할 때, 상승 폭이 예전 평균을 상회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큰 흐름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금융투자소득세 3년 유예, 밸류업 강화,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로 인한 기업 이익 증가로 미국의 상승세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IT, 전력기기, 조선, 방산, 2차전지 등 향수 수년간 이익 흐름의 호조가 전망되는 구조적 성장주에 대한 순환적 상승이 순조로워지는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