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론'에도 3개월 연속 月수출 실적 경신

산업부 '10월 수출입 동향' 발표

10월 수출, 작년보다 4.6%↑…13개월 연속 '플러스'
반도체 역대 10월 최대 실적 경신…HBM 수출 증가 덕

경기 부양 나선 중국향 수출 대폭 증가…대미 수출도 최고치
7월부터 수출 증가율 꺾여…산업장관 "미 대선 등 불확실성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4.6% 늘며 10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최근 불거진 ‘반도체 겨울론’이 무색하게 반도체 수출이 역대 10월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10%를 넘나들던 수출 증가율은 완연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끝날 줄 모르는 세계 각지에서의 전쟁과 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향방이 연말 수출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7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실적 대비 4.6% 증가하며, 2023년 10월 이후 13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1~10월 누계 수출은 566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125억달러로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실적 대비 40.3%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로, 고부가·고성능 메모리 제품인 HBM, DDR5 수출 비중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함께 컴퓨터(54.1%), 무선통신기기(19.7%) 등 다른 IT품목 수출도 호조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양호한 수준의 수요가 지속되면서다. 하지만 전년 대비 IT·가전 제품 수요가 부진하면서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7% 감소했다.

수출 2위 제품인 자동차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5.5% 증가한 62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0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18억8000만 달러로 5.9% 증가하며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중국의 저가 철강 밀어내기로 수출 부진을 이어가던 철강도 8.8% 증가한 28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마이너스
’흐름을 끊었다. 석유화학, 섬유, 가전 등도 각각 ‘플러스’ 전환했다.반면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와 연동된 제품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34.9% 감소한 34억달러를 기록했다. 조선 수출은 최근 선가 상승 등 호황에도 불구하고 20억3000만달러로 28.5% 감소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발주사 사정에 따른 인도 시점 변경 등 일시적 여파로 구조적 요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9대 수출시장 중 중국·미국 등 5개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대(對)중국 수출은 2022년 9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대실적인 122억달러(+10.9%)를 기록했다. 대(對)미국 수출 또한 역대 10월 중 최대실적인 104억달러(+3.4%)로 15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10월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한 54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이 6.7% 감소했지만 반도체(+19%), 반도체장비(+52.2%) 등 에너지 외 수입이 증가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10월 무역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16억달러 개선된 3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1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99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83억달러 개선됐다. 이는 608억달러를 기록한 2018년 1~10월 이후 6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이 양적으론 준수한 성적을 보이곤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되는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년 대비 수출 성장률은 1분기 8.1%, 2분기 10.1%에서 7월 13.5%까지 높아졌지만 8월 11%, 9월 7.5%로 떨어지더니 10월엔 4.6%로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출 회복에 따른 기저 효과도 있지만 시장 곳곳에서 반도체 겨울론이 제기되는 등 성장 동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수출이 견조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남은 기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놨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양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10월 기준 1위 실적을 경신하고, 전체 수출도 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우리 수출이 견조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중동 사태, 러·우 전쟁 등 리스크 요인이 어느 시점에 종식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미 대선 이후 대외 통상환경의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어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산업·통상· 무역·에너지 등 분야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주요 업계·경제단체·전문가와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해 우리나라의 국익과 업계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