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형 아이돌 NO…직접 곡 쓰다가 '회사 기둥' 됐다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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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글로벌 인기 휩쓴 '자체 제작' K팝 그룹들
세븐틴·스트레이 키즈·(여자)아이들 등
데뷔 때부터 직접 곡 쓰고 프로듀싱까지
팀 정체성 확보하며 회사 핵심 IP로 부상
작사·작곡 참여 늘리며 '수동적' 이미지 탈피
그룹 해체도 아닌 멤버 한 명과의 계약 건으로 회사가 흔들린 배경에는 팀 프로듀싱을 직접 담당하는 전소연의 역할이 주요했다. 데뷔 때부터 회사의 기획대로 방향성을 잡고 일방적으로 이를 흡수하던 아이돌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작사·작곡 능력이 뛰어난 전소연의 주도하에 직접 쓴 곡으로 활동해온 (여자)아이들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였다.전소연은 데뷔곡인 '라타타(LATATA)'부터 가장 최근 발매한 '클락션'까지 (여자)아이들의 모든 활동 곡을 작사·작곡했다. 히트곡 '톰보이', '퀸카', '누드' 등도 전부 작업했다. 이에 따라 창작 멤버인 전소연을 빼고서는 팀의 정체성 유지를 논하기 어려워졌다.
(여자)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그룹이 '공장형 아이돌'이라는 기존 K팝의 이미지를 깨고 직접 곡을 쓰며 팀을 프로듀싱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온 끝에 글로벌 시장에서 독창성을 인정받아 큰 사랑을 얻고 있다.
세븐틴 음악의 중심에는 멤버 우지가 있다. 우지는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동료인 범주와 함께 데뷔곡 '아낀다'부터 '박수', '레프트 앤 라이트(Left & Right)', '손오공', '음악의 신', '마에스트로' 등을 전부 책임졌다.스트레이 키즈도 멤버 방찬·창빈·한으로 이루어진 팀 내 프로듀싱팀 쓰리라차(3RACHA)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이 프로듀싱 자율성을 보장한 팀으로, 쓰리라차는 데뷔곡부터 줄곧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을 만들어왔다. 초반에는 강렬한 사운드, 개성 넘치는 가사로 '마라맛'이라는 평가와 함께 독특한 음악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트와이스와 함께 회사의 기둥이 됐다.
고착화된 K팝 시스템 내에서 아티스트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친다는 이미지가 굳어진 가운데 자체 제작 능력으로 자생력을 갖췄다는 점은 대중들의 호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학생 때부터 K팝을 즐겨 들었다는 30대 팬 A씨는 "내가 응원하는 가수가 직접 곡을 쓰고 프로듀싱할 줄 안다는 점은 팬들에게도 자부심"이라면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팬들과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고 전했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반영한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에 대중이 호응하다 보니, 가수들도 적극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소속사들도 기회의 폭을 넓히고 있다. '괴물 신인'으로 급부상한 키스오브라이프의 경우 신곡 '겟 라우드(Get Loud)' 작곡에 벨이 참여했으며, 에스파 카리나는 단독 작사한 솔로곡 '업(UP)'으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창작 영역이 확장하면서 K팝 시장의 다양성을 키우는 요소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여자)아이들 전소연은 최근 QWER '내일은 맑음'을 프로듀싱해 호평을 얻었고, 홀로서기에 나선 제니와 로제는 각각 직접 참여한 곡 '만트라(MANTRA)', '아파트(APT.)'로 대박을 냈다. 로제는 내달 발매하는 정규앨범에도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해 기존 블랙핑크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