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후 단단히 각오해야"…한국, 방위비가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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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당선되면 소다자 협력체제 역할 강화 필요
트럼프 당선되면 북미 '겉핥기 합의' 우려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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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동맹관계를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북한에 대해서도 동맹을 통한 대북 확장 억제력 강화(해리스 부통령)와 정상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180도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력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해리스, 소다자동맹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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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당의 접근법은 크게 다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소다자(minilateral) 협력(다자협력의 틀 내에서 특정 목표에 초점을 맞춘 소수국가들 간의 전략적 협력)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추구했다.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면서도 동맹국과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체제를 고심한 결과다. 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 오커스(AUKUS),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파이브아이즈(미국 등 5개국 기밀 정보 동맹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이 안보문제 협력에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도 소다자 협력의 일환이다.
다만 한국은 각 협력체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는 호주 캐나다 영국 등과 달리 협력체제를 주도하고 있지는 않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에도 일정한 역할과 그에 상응하는 비용 지출을 요구할 수 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추 일본담당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다양한 도발자가 있다“면서 ”한국도 비용이 얼마냐를 따지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지역 안보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등 서방이 직면한 경제 안보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이런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아시아판 NATO 창설 주장도 이와 유사한 소다자 협력 아이디어지만, 국가 간 핵심 안보의제가 서로 달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워싱턴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거론되는 것을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딜메이커‘ 트럼프 기대감도
한국은 방위비 인상 압박과 대북 문제에서 ‘한국 패싱’ 문제를 한꺼번에 겪게 될 처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면 한국으로서는 대북 방위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방위비 부담, 중국과의 관계설정을 포함해 3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그가 겉으로 말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은 최근 공개한 신간 『전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조 대사와 만나 ”트럼프 2기는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딜메이커 트럼프는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위비 증액 등 몇 가지 사안에 한국이 합의해 준다면 한미동맹 자체를 크게 흔들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동현/김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