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사람들이 싹쓸이"…지하철 빵집 매출 얼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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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 빵', '오늘 빵'…월 매출 3000만원지하철 역내 빵집이 늘고 있다. 오븐을 두고 매장에서 직접 굽는 빵집부터, 박리다매로 진열대에 빵을 쌓아놓은 빵집까지 종류도 플랜카드 문구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까지의 414개 역 중 빵집이 있는 역사는 총 160개에 달한다. 지하철역 세 곳 중 한 곳 꼴로 빵집이 있는 셈이다.
지하철 빵집 매출 수훈갑은 '취객'
지하철 빵집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천 원 빵집’은 보통 단기 임대를 통해 임시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보증금 없이 비교적 저렴한 월세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가격을 낮추고 박리다매로 파는 전략을 펼치는 상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하철 빵집, 늘어나는 속도만큼 정말 잘 팔릴까.서울 중구의 한 지하철 역내 빵집에서는 대부분의 빵을 1,000원대에 판다. 크림치즈가 든 모카번도 1,500원, 제일 비싼 빵도 3,500원이다. 그날 매장에서 직접 구운 빵을 그날 대부분 다 팔기 때문에 신선도도 걱정 없다.
역내 빵집에서 일하는 알바생 A씨는 어제만 해도 440명이나 빵을 사갔다고 말했다. 그는 “근처에 회사가 모여 있고 환승역이다 보니 유동 인구가 많아 잘 팔리는 것 같다”며 “아침에 사람이 많고, 12시부터 5시까지는 조금 한적하다가 퇴근 시간부터 다시 꾸준히 팔린다”고 설명했다.7호선 노선에서 빵집을 운영 중인 B씨는 한 달 매출이 3,000만 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출 공신은 밤에 오는 손님들이라며 “아침엔 아침 대용으로 (사람들이) 하나씩만 사 가는데 밤엔 손이 닿는 대로 전부 사 간다”고 말했다. 남아 있던 빵도 늦은 시간이 되면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잔뜩 사 간다고 한다. B씨는 “알딸딸하면 기분도 좋으니까 손도 커지는 것 같고…”라며 웃었다.술에 취했을 때 빵을 잔뜩 사게 되는 건 사실 신체 대사 반응과 관련 깊다. 저녁 시간이면 에너지를 거의 사용해 피로하고 지친 상태다. 그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간은 알코올을 우선적으로 해독하려고 하기 때문에 간의 기존 역할인 포도당 생성이 느려진다. 포도당 농도가 낮아지면 저혈당 상태가 되고, 이때 몸은 혈당을 회복하기 위해 뇌에 음식을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몸은 그중에서도 혈당으로의 전환율이 가장 높은 탄수화물, 빵이 당기게 되는 것이다.
음주 후 빵 먹어도 될까
그렇다면 술을 마신 후 빵을 먹어도 될까. 답은 ‘좋다’다. 술을 마시면 혈당이 낮아지는데 빵은 탄수화물 중에서도 빠르게 혈당을 높일 수 있는 음식이다. 빵은 주로 단순 탄수화물과 정제된 곡물로 구성돼 있어 음주 후에도 소화가 빠르다. 소화된 탄수화물은 빠르게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액으로 흡수되며,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한다.빵 섭취는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저혈당이 발생하면 몸은 다시 혈당을 올리기 위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평소 혈당이 데시리터당 100밀리그램(1데시리터=0.1리터)인 사람의 경우 몇 분 내에 데시티터당 150밀리그램 이상으로 상승시킬 정도로 강력하다.몸이 위기를 느끼고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현상을 반동효과라고 하는데, 반동효과를 겪은 후에는 몸이 다시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빵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기 전에 소화돼 빠르게 포도당으로 변할 수 있는 음식으로, 반동효과를 겪지 않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
숙취로 수액을 맞는 이들이 많다. 수액 주사도 포도당을 보충하려는 행동 중 하나다. 포도당은 탄수화물을 구성하는 성분인데, 술을 마시고 혈당이 떨어진다는 건 곧 포도당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액을 맞는 것도 사실 포도당을 보충하려는 행동이다. 술을 마시면 빵이 당긴다는 말이 속설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농부 인턴기자 정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