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니 때린 맥쿼리…'부산 독점권'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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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교통카드 정산 놓고 '영구 사업권' 주장 논란국내에서 교통카드 정산 사업을 하는 호주계 맥쿼리자산운용이 부산과 서울에서 상반된 논리를 펴 논란이 일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지배하는 부산하나로카드가 부산시에 ‘영구 독점권’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에선 경쟁사 티머니를 ‘독점 기업’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투자 수익 극대화 전략이지만 너무 이율배반적인 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사업자 공모는 위법" 반발
부산시 "수의계약은 특혜 소지"
수도권선 티머니에 '몽니'
코레일 정산 사업자 된 맥쿼리
데이터 연계 안되자 티머니 탓
"이율배반적 태도" 비판 목소리
맥쿼리, 부산시 신규 공모에 반발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부산하나로카드와 맺은 교통카드 정산사업 협약의 내년 8월 만료를 앞두고 새 사업자 공모를 추진 중이다. 부산하나로카드 측은 이에 대해 “2007년 부산교통공사(지하철)와 부산버스조합으로부터 170억원에 사업권을 인수했고 따로 기한을 정하지 않은 만큼 부산시의 사업자 공모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부산하나로카드는 시가 공모를 강행하면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부산하나로카드 경영권은 사실상 맥쿼리자산운용이 쥐고 있다. 맥쿼리는 지난해 5월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로부터 4000억원에 로카모빌리티(현 이동의즐거움)를 인수했다. 이동의즐거움은 부산하나로카드 지분 80%를 보유한 마이비를 지배(지분율 83%)하고 있다.부산시 관계자는 “현 사업자 주장의 법리를 면밀하게 검토한 뒤 공모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단순 지하철·버스 환승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중교통 혁신을 위한 종합 시스템 구축 사업을 공모 없이 특정 회사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 오히려 시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산시는 다양한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대중교통과 연계하고 서민경제의 부담을 덜기 위한 ‘부산형 대중교통 혁신방안’을 지난해 발표했다. 시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시내버스 노선 개편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 제공 △도시철도 1~2호선 연결 △비접촉식 결제(태그리스) 도입 등을 추진 중이다.
서울선 “티머니가 갑질” 공정위 제소
아이러니한 건 맥쿼리가 서울에선 이와 상충된 논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의즐거움은 코레일이 지난 2월 발주한 ‘수도권 광역전철 교통카드 정산사업’도 따냈지만 8개월 넘게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의즐거움은 이전 사업자인 티머니를 탓하고 있다. 티머니는 2003년 설립된 서울시 투자법인으로, 수도권 버스 지하철 등과 협약을 맺어 요금 통합정산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코레일이 이번에 티머니에서 이동의즐거움으로 교체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수도권 통합 환승 할인과 요금 정산을 위해선 코레일뿐만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서울버스, 경기버스, 인천버스 등 13개 교통운영기관으로부터 위치정보와 결제 내역 등 고객 개인정보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티머니는 이들 운영기관과 이를 위한 협약을 모두 맺은 반면 이동의즐거움은 코레일 외 다른 기관과는 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이동의즐거움은 각 기관과 협약을 추진하는 대신 티머니에 통합정산 데이터를 요구했고 티머니는 “고객 개인정보를 임의로 제공할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이동의즐거움은 이를 “티머니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수도권 교통운영기관 관계자는 “부산에서 20년간 사업하며 영구 독점권을 주장하는 회사가 서울시 투자법인을 독점 기업이라고 비난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지금이라도 (이동의즐거움이) 각 운영기관에서 고객 데이터를 받기 위한 개별 협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