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소년을 촬영한 것이다. 작품 앞에서 그것을 따라 그려보는 청소년 관객들의 모습은 미술관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에게는 일반 관객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실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실물처럼 느껴지는 조각과 건축이 혼합된 설치가 바로 엘름그린 & 드라그셋 작품의 특징이다. 관객들은 작품 속 공간에 들어가 그곳을 체험할 수 있고, 조각 작품이긴 하지만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작품 속 공간에 들어가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관객들은 시간이 정지된 공간에 들어가 몰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한다.마이클 엘름그린 & 잉가 드라그셋 듀오 작가 이번에는 19세기 조각들이 즐비한 오르세 미술관의 중앙홀을 무대로 ‘엘름그린 & 드라그셋: 라디시옹’이라는 전시를 선보였다. '라디시옹'은 불어로 ‘추가’나 ‘덧붙이기’를 뜻한다.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과거의 조각 작품들에 자신들의 조각을 추가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컨셉이기 때문이다.
오르세 미술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은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이다. 지금 이 미술관에서는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전시와 함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전시 ‘카유보트: 남성을 그리다’가 열리고 있다.
카유보트는 파리의 근대화된 도시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그린 남성 인물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카유보트는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형편이 어려운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사주는 후원자이자 컬렉터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카유보트는 40대 말의 이른 나이에 폐 질환으로 사망했는데, 작고하기 전 자신이 수집한 인상주의 컬렉션을 프랑스 정부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정부 역시 이런 평가 때문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고, 협상 끝에 2년 후인 1896년에야 총 68점의 컬렉션 중 38점이 기증되었다. 카유보트의 유족이 나머지 작품에 대한 기증을 1904년과 1908년 두 차례에 걸쳐 다시 정부에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1928년에야 비로소 모든 작품의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기증된 그의 작품들 덕에 오르세 미술관의 인상주의 컬렉션이 시작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