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심 판결 앞두고 '정치 리스크' 최소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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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 뒤늦게 결정한 이유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을 필두로 임광현, 안도걸 등 경제 관료 출신의 정책통 의원들이 시행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대선 재도전 앞두고 정책 '우클릭'
중도 표심 잡겠다는 전략 분석도
하지만 당 대표 경선이 본격화된 지난 7월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1500만 명까지 늘어난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당 대표 연임 후 이 대표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대통령 선거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경제정책에서만큼은 실용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중도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와중에 개인투자자는 금투세에 ‘재명세’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조직화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가 금투세와 관련해 ‘유예’가 아니라 ‘폐지’를 공언한 것도 이 같은 개인투자자의 공격이 재연될 싹을 자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일찌감치 정하고도 11월에 와서야 입장을 발표한 것은 금투세 시행에 대한 당내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금투세 시행 여부를 놓고 9월 24일 열린 당내 토론회 이후로도 시행 주장은 잦아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25일 위증교사죄 등에 대한 1심 판결이 임박하면서 결단을 미룰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사안을 미리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이 대표의 결정으로 작게나마 정치적 승리를 얻게 됐다. 한 대표는 “늦었지만 금투세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민주당은 ‘폐지 후 재입법’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 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당분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