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 올랐어요"…이상기후에 애타는 유통업체들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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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려가면 커피 매출 2% 올라"이상 기후로 기상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날씨 예측이 유통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기후에 AI 날씨예측 업체들 활황
월마트, 습한 가을에 선크림 가격 할인
의류업체들도 겨울 기온 변화에 촉각
강설에 맞춰 눈삽 두자 매출 6배 늘어
AI 기상예측 서비스는 5년만에 8배 증가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올해 미국 일부 주에서 평소보다 몇 주 일찍 선크림 가격을 인하했다. 올해 미국 몇몇 지역에서 평소보다 가을이 더 습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판단이었다. 커비 도일 월마트 화장품 보충 고문은 "처음에는 상위 수준 계획을 위한 모델에 불과했던 날씨 데이터가 시즌 내내 날씨 영향을 분석하고 프로모션 일정을 잡는 데 활용되고 있다"라고 했다. 겨울을 앞두고 스포츠 용품 판매업체인 딕스스포팅굿즈, 의류 체인점 로스스토어 등도 기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기업에 날씨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낼리틱스의 프레드 폭스 최고경영자(CEO)는 "날씨 분석은 겨울용품 할인 여부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11월 기온이 지난해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지금 할인하면 나중에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플래낼리틱스가 미국소매협회(NRF)와 함께 지난 7월 발표한 '소매업의 기후 대비' 보고서에 따르면 난방기 판매 매출은 1월 날씨가 따뜻하면 최대 42%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6월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 에어컨 매출은 39% 오를 수 있다. 도일 고문은 "기온이 1℃ 내려가면 말 담요 매출이 7%, 스타벅스 커피 매출이 2% 증가한다"고 전했다.
유통업체들은 날씨 예측을 △재고 관리 △할인 행사 △회계 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플래낼리틱스는 보고서를 통해 주택용품 판매업체가 강설 예측을 통해 각 매장에 눈삽을 비치했고, 그 결과 눈삽 매출이 6배 증가하고 재고가 35% 줄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은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동적 가격 책정)'에 날씨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기상예측 서비스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플래낼리틱스는 올해 고객사에게 제공하는 기상예측 모델 제공량을 작년의 2배로 늘릴 계획이다. 5년 전에 비해서는 8배 증가한 수치다. 플래낼리틱스는 에이스하드웨어, 펩시코, 던킨도너츠 등 소비재 기업에 기상 예측을 통한 최적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 메테오노믹스, 미국 웨더트렌드인터내셔널 등도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기상예측 기업이다.
기업들이 기상예측 서비스를 찾는 것은 최근 이상기후로 기상 이변과 재난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4개월에 한 번 발생하던 (물가상승률을 조정한) 피해 규모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이상 재난은 지난해 3주에 한 번 꼴로 발생했다. 날씨 변동성도 커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눈이 내리고 하루이틀 뒤 기온이 15℃가 넘는 경우도 빈번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