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금융권 유치 경쟁 뜨겁다

금융사별 취급상품 사전 확인을
리츠·MMF·ELS는 해지후 이전

금감원 분기별 연금 수익률 분석
은행, DC 원리금 비보장 수익 '으뜸'
기존 퇴직연금을 해지 없이 원하는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가 최근 시작됐다.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이 꿈틀대는 이유다. 가입자를 지키려는 은행권과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증권사 등의 뜨거운 경쟁이 벌어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보유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이동시킬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를 내놨다. 상품 해지나 환매 없이 그대로 퇴직연금을 옮겨갈 수 있는 제도다. 과거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기존 상품 해지 시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펀드를 환매 후 다시 매수해야 해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급변하면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실물 이전으로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 상품,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을 갈아탈 수 있게 됐다. 계좌를 옮기려고 하는 곳에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뒤 이전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단 리츠,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 등은 과거처럼 상품을 팔아 현금화한 후 이전해야 한다. 이동하려는 금융사에 자신이 보유한 퇴직연금에 해당하는 상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회사마다 취급하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실물 이전 가능 여부 사전 조회를 활용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각 회사 홈페이지에서 퇴직연금 사업제안서를 확인하면 된다.

퇴직연금 이동이 간편해지면서 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기별 퇴직연금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확정기여형(DC) 원리금 비보장 기준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3분기 말 기준)은 은행, 증권, 보험 순이었다. 11개 은행의 평균 수익률이 13.06%로 가장 높았다. 증권사(13곳)와 보험사(15곳)가 각각 12.42%, 11.24%로 뒤를 이었다. 1년 전만 해도 보험사(8.76%)의 1년 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주요 사업자 가운데 최근 1년 치 DC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14.14%)이었다. 소규모 사업자 중에서는 경남은행(16.01%), 미래에셋생명보험(15.14%)의 수익률이 두드러졌다. 원리금 보장형에선 KB증권(6.21%)이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개인형퇴직연금(IRP) 부문에선 국민은행의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이 14.61%로 대형 금융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다만 5년 이상 장기 수익률은 원리금 비보장형이어도 대다수 사업자의 평균 수익률이 3~5%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회사가 자체 시스템을 통해 추천하거나 상단에 배치해 놓은 상품군을 고객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각사의 상품 추천 능력과 거래의 편리함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