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농락' 아직도 치떨리는데…배당금 줬다 뺏더니 또 준다

"배당금 토해내라" 초유의 사태 빚은 회사
올해도 배당하는 이유?

홈센타홀딩스 "무상감자로 주주환원여력 확보"
앞서 3년간 38억 현금배당 무효 처리
"배당 무효 사건과 별개로 주주환원 의지 커"
배당금 확대폭보다 주가 낙폭이 큰 상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지급한 현금배당을 무효 처리해 물의를 일으킨 코스닥 상장사 홈센타홀딩스가 올해도 배당금을 지급한다. 주당 배당금은 30원, 총액은 38억820만원이다. 공교롭게도 앞서 무효가 됐던 배당금의 총액과 같다. 회사는 '배당 무효 사태'와 관계없이 배당금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엔 무상감자를 통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센타홀딩스는 지난 1일 2024사업연도 현금배당 계획을 공시했다. 주당 30원씩 총 38억82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배당기준일은 이사회결의를 통해 결정된다. 회사는 주주 이익 환원 및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현금배당 계획을 공시한다고 밝혔다.주당 배당금이 작년에 비해 3배나 늘었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근 홈센타홀딩스가 배당 관련 말썽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난달 홈센타홀딩스는 2022년 12월16일, 2023년 10월10일, 2024년 3월8일 진행한 현금배당 결정을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202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주당 10원을 지급했는데, 당시 배당가능이익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해당 결정은 무효라는 취지다.

홈센타홀딩스는 "상법상 배당 가능이익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결손금을 충당하는 방법상의 착오가 발견됐고, 상법 및 기업회계 기준에 의해 배당 당시의 배당가능이익을 다시 계산한 결과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미 실시된 배당이 무효임을 확인해 현금배당 결정을 정정한다"고 밝혔다.

상법상 배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급된 배당은 위법배당으로 분류된다. 이 회사가 잘못 지급한 배당금 규모는 총 38억820만원으로 올해 결산배당 규모와 같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주주가 향후 수령할 배당금과 회사가 돌려받아야 할 배당금을 상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배당금 회수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현재 홈센타홀딩스는 배당금 회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위법배당을 받은 주주는 일종의 채무자가 된 셈이다. 회사는 배당금 회수를 거부하는 주주에게 배정된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주면 사실상 배당금을 돌려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홈센타홀딩스는 "회수하지 못한 배당금과 지급할 배당금을 상계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그렇게 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환수하려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벌여야 하는데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홈센타홀딩스 관계자는 기대보다 많은 금액이 회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당금을 크게 늘린 것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홈센타홀딩스 관계자는 "주주환원책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많았다. 회사 내에서도 주가 부양,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며 "배당금 확대는 '배당 취소 사태'와 별개로 추진했다"고 밝혔다.또 80% 무상감자를 통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했기 때문에 배당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상감자는 주주에 대한 보상 없이 자본금을 줄이는 것이다. 주주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통상 무상감자는 회사가 누적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질 때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홈센타홀딩스는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았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홈센타홀딩스의 자본총계는 1199억원으로 자본금 638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회사는 결손금을 털어 주주환원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이익준비금 등을 빼고 계산되기 때문에 자본금이 줄면 배당가능이익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무상감자 사실이 알려진 후 1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800원대 초반으로 20% 하락해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종가(806원) 기준 올해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금)은 3.7%에 불과해 주가 하락분을 갈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