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대곡·오전왕곡·용현' 그린벨트 풀어 5만 가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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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서초구만 그린벨트 해제정부가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2만 가구 주택 공급에 나선다. 경기도에서도 고양시 대곡과 의왕시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의 개발제한구역이 신규택지로 선정됐다. 수도권에 5만 가구 규모 택지를 공급해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절반은 신혼부부용 장기임대 공급
지하철·GTX 연계해 교통여건 개선
공공주도 개발로 투기 논란 차단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대책으로 예고했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5일 발표했다. 서울에선 강남 생활권에 있는 서초구 서리풀지구가 포함됐다. 정부가 서울 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에 나선 것은 지난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역세권 고밀도 개발을 통해 서리풀지구에 2만 가구를 짓고 이 중 55%인 1만1000가구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으로 공급하겠단 계획이다. 최소 10년 거주할 수 있고, 다자녀 출산 가구에겐 분양전환시 분양가를 최대 20% 할인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통해 서울의 높은 주거비로 자녀계획을 망설이는 신혼부부들에게 아이 낳을 ‘결심’과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내에는 신분당선 추가역 신설도 검토한다. 국토부는 지구를 통과하는 신분당선에 ‘청계산입구역’에 더해 추가역을 만들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과 연계되는 대중교통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에선 고양시 대곡역세권(9000가구)과 의왕 오전왕곡지구(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지구(7000가구)의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고 신규택지로 조성된다. 수도권 그린벨트 중에서도 난개발 등으로 환경적 보전가치가 낮은 곳들이다.
고양시 대곡역세권은 199만㎡ 부지에 GTX A노선과 수도권지하철 3호선·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철도가 모인다. 국토부는 이곳에 복합환승센터를 지어 주변 철도교통을 연계하고 자유로 등 주변 광역도로 접근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경기 의왕시 오전동과 왕곡동 주변 187만㎡는 1만4000가구 택지지구로 탈바꿈한다. 2029년 개통 예정인 동탄~인덕원선이 가깝고 GTX C노선도 이용할 수 있다. 교통 계획이 완성되면 서울까지 30분 내 이동도 가능하다. 경기 의정부시 옛 306보충대 땅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다. 정부는 주변 81만㎡를 개발해 7000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과 GTX C노선 이용이 가능한 의정부역과도 가깝다. 여기에 주변 도로를 개선해 서울 잠실방면 도로통행 여건도 함께 개선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구지정 전에 바로 보상조사에 착수하는 등 행정절차를 단축해 2026년 상반기 지구지정, 2029년 첫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입주는 2031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내년엔 3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도 발표한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투기 논란은 사전에 차단한다. 국토부는 앞서 국토부 직원과 사업제안자 1만5275명과 직계존비속에 대한 토지 소유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1명이 후보지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2010년 증여로 취득한 점을 고려해 투기 개연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지구와 인근 지역 내 최근 5년 동안의 부동산 거래 5335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서 1752건의 이상거래를 확인했다. 미성년이나 외지인이 매수했거나 잦은 손바뀜, 기획부동산 의심 사례 등이었다. 국토부는 의심거래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해당 지구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즉시 지정하고 개발행위도 제한된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나선 것은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과열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미래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게 됐다”며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란 믿음을 줘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