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결과에 3000조 글로벌 바이오헬스시장도 적잖은 영향

해리스되면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빅파마'고민' 시밀러'반색'
트럼프 되면 약가·FTC 개입 줄듯…백신업계 촉각, FDA 대수술 가능성
생물보안법은 내년 1월내 통과, 삼바, 바이넥스 등 수혜전망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과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개입이 늘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부담이 다소 커질 전망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IRA 정책 확대 가능성이 낮아지고 FTC의 개입이 줄며 세부담이 완화돼 글로벌 제약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정책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제약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강하게 주장했다.누가 되든 국내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여, 국내 관련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해리스 약가 인하 정책 여파 어디까지 갈까

5일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매체 엔드포인트, 피어스 등 보도에 따르면 미 대선 결과에 따라 IRA정책과 주요 당국인 식품의약국(FDA)과 FTC의 기조가 달라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내년 새 대통령 취임으로 불어닥칠 변화는 전세계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내년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3000조원에 달해 반도체, 자동차, 화학 산업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글로벌 제약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약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인 헬스케어 정책은 IRA다. 바이오의약품 지출 상위 품목에 대해 2026년 10개, 2027년 15개, 2028년 15개 이후 20개씩 순차적으로 협상을 통해 약가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미국 제약업계는 IRA가 혁신을 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머크(MSD), 존슨앤존슨(J&J), BMS 등 제약사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해리스는 약가 인하 의약품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해리스는 "더 많은 의약품의 가격을 신속하게 낮추는 것"을 목표로 천명했다.

내심 트럼프 당선 바라는 글로벌 제약 바이오업계...이유는

반면 트럼프의 경우 약가 인하 압박 보다는 병원 가격 투명성 확대와 과도한 청구를 막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리스가 부통령으로서 약가 인하가 포함된 IRA정책을 추진할때, 미 상원 공화당 위원들은 한사람도 찬성하지 않았다. 보수 성향 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정책 제안서 '프로젝트 2025'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IRA의 약가 협상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다른 정책 요소들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약가 인하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2020년 약가인하 정책을 펼친 사례도 있고, 임기 첫 해에는 제약사들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강한 면모를 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의회예산국(CBO)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 약가를 해외 가격에 연동해 상한을 설정하는 트럼프의 정책 모델로도 평균 약가가 5%정도 인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반 시거먼 BMO캐피털마켓츠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제약·바이오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재선 시 IRA 확대 가능성이 낮아지고 FTC의 제약 산업에 대한 개입이 줄어들며, 법인세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약가 개혁의 방향이 의약품 유통을 책임진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로 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산업의 주요 주가지수인 XBI도 초기에 상승할 수 있지만 이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의회가 분열될 가능성이 높아 제약·바이오 산업에 영향을 주는 입법활동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누가 되든 시밀러, CDMO는 한국에 유리해져

약가 인하 압박은 글로벌 제약업체의 수익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저렴한 의약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업계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와 해리스 두 후보 모두 약가 인하에 동의하고 있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분위기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측됐던 바이오시밀러업계에 희소식인 셈이다. 국내에선 글로벌 시밀러 5대 업체로 꼽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국 바이오 규제인 생물보안법과 관련해선 해리스와 트럼프측간 정책 방향이 일치한다.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미국 내에서 중국 유전체 회사 및 CDMO 등과 거래가 사실상 제한된다. 중국의 미국 제약·바이오 산업에의 개입을 아예 불법화하고 생산 개입을 막겠다는 의도다. 미 의회는 생물보안법이 내년 1월 취임식 전에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외신에선 해리스 보다는 트럼프 집권시 보다 신속하게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CDMO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바이넥스, 에스티젠바이오, 에스티팜 등 중소형 CDMO업체도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빈자리를 노리고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 등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FDA, FTC 등 조직 향방도 극명하게 엇갈려

신약 허가를 책임진 FDA 조직을 두고도 양측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트럼프측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최근 X(엣 트위터)에서 FDA 공무원들을 향해 “기록을 보존하고 짐을 싸라”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FDA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는 미국에서 FDA가 승인한 경구용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벌어질때 FDA를 방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면 프로젝트 2025는 FDA가 경구용 낙태약 승인을 보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FDA의 인적 구성과 승인 절차를 포함한 전반적인 개편도 제안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인수합병(M&A)과 약가 투명성 관련 허가와 정책을 책임진 FTC에 대해선 양측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FTC 수장에 대해 부통령 후보인 JD밴스는 "꽤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교체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잍트>에 2024년 11월 5일 16시3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