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발레 화가 베로니카제이, 지구를 여행하는 그녀의 드로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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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본격 무용 드로잉무대 안팎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담아두는 사람. 무용 드로잉을 하는 베로니카제이(35)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국내 갤러리에 그림을 전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신예 작가다.
독특한 발레 그림으로 세계서 주목
지난해부터 미국, 유럽 소재 갤러리에서 초청
"무용수의 다양한 몸짓과 모습 소개하고파"
"무용수들은 아름다운 장면,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 뒤에서 수천번 연습해요. 보통 무대 위에서 모습으로 대중들은 기억하지만, 무용과 얽힌 다양한 모습을 그림으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베로니카제이는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미술로 진로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그는 "무용을 하다보니, 무용수들의 어려움에 더 잘 공감하게 됐고 이를 그림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생각만 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20년 팬데믹이 심화하면서부터였다. "요가 강사였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일이 줄었어요. 이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버텨나갈까 고민하다가 무용 드로잉을 시작했어요." 2020년부터 온라인 공간에 꾸준히 그림을 올리다가 2년 쯤 지나고 보니 그림 실력이 좋아졌다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발레를 좀 더 잘 그린다는 걸 알게 됐다.
"발레는 의상도 예쁘고, 백조의 호수처럼 작품 속 상징물도 그림으로 표현하기 좋아요. 그리고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선도 예뻐서 즐겁게 그리고 있습니다."
베로니카제이는 지난해 신진 작가를 뽑는다는 어느 공모전을 보고 무작정 출품했다. 결과는 한 번에 당선. 특전으로 7명의 작가들과 함께 지난해 2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보통 개인전은 단체전을 2-3년 진행한 뒤에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는 욕심을 더냈다. 동시에 개인전도 연 것. 이후 조금씩 유명세를 얻어가면서 발레협회 티셔츠도 본인의 그림으로 제작해 납품하기도 했다.올해 봄, 미국 시애틀에서 연락이 왔고 7월 시애틀 아트페어 전시 기회를 얻었다. 시애틀에서는 작품 판매도 이뤄졌다. "해외에 한번 제 작품을 소개하니 연쇄적으로 해외 여러 지역에서 문의가 왔어요. 올해 5월에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사 파빌리온에서 전시를 열었어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지난 1년새 엄청나게 몰려왔어요."
베로니카제이라는 가명은 왜 썼을까. 그는 철저하게 그림그리는 자신과 그 외의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국내 예술계에서는 학연과 지연이 아직도 중요해요. 제 이름 석자가 알려지면 아마 저에 대해 궁금해서 조사하시는 분들도 생길텐데, 전공자가 아닌 사람의 활동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고 싶진 않아요(웃음)."베로니카제이의 시선은 이미 해외로 향해 있다. 그림과 관련한 발레 브랜드와의 협업도 해외에서 이어가도록 기회를 찾고 있다. 현재 베로니카제이는 프랑스 발레복 브랜드인 웨어무아와도 의상 디자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중이다. 올해는 미국 시카고를 마지막으로 해외 전시를 마무리한다. 내년에는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그림들이 세계 여행을 하는 셈. 그림을 위해 발레 공연을 많이 참고하느냐는 질문에 베로니카제이는 잠시 멈칫했다. 그는 "공연장을 자주 찾진 않는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대학시절 작품을 올리면서 엄격하게 배우고 훈련받았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무대 위 무용수들을 보면 몸이 절로 아파서 마주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는 "유튜브나 해외 무용수들의 SNS 동작들을 보면서 그림의 모티프를 얻는다"며 "화려한 모습이 전부가 아닌 공허함과 우아함의 그 경계를 앞으로도 쭉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 기기로 그림을 그리는 그이지만, 그림을 좀 더 배워서 2026년 즈음엔 실제 미술도구로 그림을 그려 전시하는게 그의 목표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