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천재' 게르스틀이 사랑한 호수, 오스트리아 트라운제

오스트리아 거장들의 작품 속에 나타난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리하르트 게르스틀의 그림 속 트라운제로 떠나봅니다.
리하르트 게르스틀
리하르트 게르스틀은 20세기 비엔나에서 가장 중요한, 동시에 신비로운 예술가로 꼽힌다. 작가는 1908년 25살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작품은 100점이 채 되지 않지만, 그 안의 추상적이고 강렬한 표현은 수십 년을 앞서갔다고 평가받는다.
게스트를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는 트라운제 호수다. 자연 풍경을 담은 작품만 보더라도 그만의 독특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수심 191m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꼽히는 트라운제는 트라운슈타인 산맥 사이, 넓은 초원과 숲 사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로마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휴양지로 꼽혔다. 로마인들은 트라운 호수를 가리켜 '행복한 호수'라는 뜻의 ‘라쿠스 펠릭스(Lacus felix)’라고 부르기도 했다.
트라운 호수는 사계절 다른 매력으로 빛난다. 여름에는 수상 스포츠의 천국이 된다. 면적이 24.5km²에 달하는 광활한 호수는 수영, 서핑, 수상스키까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이들로 붐빈다. 호수와 이어진 산길을 따라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트레킹을 떠나봐도 좋다.
흰 눈이 호수와 산을 하얗게 덮는 겨울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포이어코겔 지역은 스키와 스노 보드의 무대로 변신한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계절의 낭만을 더한다. 크로스컨트리 애호가라면 엽서의 한 장면 같은 겨울 풍경을 스키로 질주할 기회를 놓치지 말 것.
리하르트 게르스틀, 잠자는 '그리스 여인'이 있는 트라운제 ⓒ레오폴트미술관
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비엔나가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데 공헌한 것은 화가와 음악가뿐만이 아니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뛰어난 작가와 작품을 알아보는 컬렉터들은 예술을 길러내고, 예술의 도시로 만들었다.

루돌프 레오폴트·엘리자베트 레오폴트 부부는 오스트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컬렉터였다. 이들은 일생에 걸쳐 5200여 점의 작품을 수집했다. 세기전환기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전 세계에서 에곤 실레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방대한 소장품을 바탕으로 문을 연 곳이 바로 레오폴트 미술관이다.
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은 한국에서도 레오폴트 미술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비엔나 1900년을 대표하는 ‘꿈꾸는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 콜로만 모저, 요제프 호프만을 비롯해 리하르트 게르스틀·오스카 코코슈카, 에곤 실레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