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북한 병사들과 첫 전투"…교전 공식확인

美당국자 "북한군 상당수 사망"
용산은 "본격적 전투 시작안해"

러 "韓, 전쟁 개입말라" 재차 경고
< 우크라 기자가 올린 북한군 훈련 영상 > 우크라이나 언론인 안드리 차플리엔코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에 공개한 북한군 추정 영상. 숲속에서 한 무리의 군인이 교육받는 모습과 북한군 추정 인물이 수첩을 들고 러시아어를 배우는 모습이 담겼다.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 북한군의 전투 개시가 공식화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도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북한군 병력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확인하면서 “북한 병사들과의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이 “첫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공격받았다”고 밝힌 게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다만 이번 전투는 전면전이 아니라 소규모 교전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의 설명이다.미국 정부는 아직 북한군의 교전 시작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고위 당국자가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 간 교전으로 적지 않은 북한군 병사가 사망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우리 정부도 교전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는 않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와 북한군 간 본격적인 전투는 시작되지 않았다”며 “소규모 인원이 정찰 활동이나 전쟁 이외의 사전 준비 차원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지만, 지금 주시하고 있는 것은 전투가 시작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군이 교전을 시작했다는 정보가 속속 나오면서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상자가 나오면 북한군이 파병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고,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우리 정부 역시 북·러 군사 협력이나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무기 지원 등 ‘단계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모니터링팀을 파견할 필요성이 있다”며 “개인 단위의 파견은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러시아는 한국을 향해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먼저 한국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았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것을 따르는 걸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역 안정을 원한다면 지역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을 틀어지게 하지 않고, 그 지역을 다른 대립으로 끌고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